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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10억 내놓으라며 집에 침입한 강도...소화기로 물리친 ‘용감한 의사 가족’

[기사의 극적 재구성] 10억 내놓으라며 집에 침입한 강도...소화기로 물리친 ‘용감한 의사 가족’

기사승인 2015. 02.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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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내놔” 전직 제약회사 직원, 의사 가족 상대로 강도짓... 가족 똘똘 뭉쳐 강도 물리쳐 ‘용감한 가족’ /사진=픽사베이

‘카드 돌려막기’도 이젠 한계가 왔다.
이제 막 태어난 둘째 분유값도 만만치 않다.

2년 전 제약회사에 다닐 때 이 의사 부부를 처음 봤다. 설 선물 전달 핑계로 부부의 집 주소도 알아냈다.
돈만 주면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원씨는 손에 든 칼을 쳐다본다. 떨리는 손에 힘을 줘 칼을 세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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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병원으로 아들은 고등학교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 현관문을 나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복면을 하고 칼을 든 남자가 부자를 위협했다.


“손...손들어 움직이면 찌른다!”


부자가 위협을 피할 새도 없이 도둑이 아들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아들은 붙잡힌 채로, 남편은 엉거주춤 뒤로 움직였고 도둑이 집안 현관으로 들어왔다.
현관 도어락은 야속하게 자동으로 닫혔다.


도둑은 청테이프를 꺼내며 남편에게 몸을 묶으라고 했다. 동시에 작은 병을 꺼내 아들의 몸에 부었고 강한 휘발유 냄새가 진동했다.


/사진=픽사베이
“10...10억 갖고 와. 당장 갖고 오면 아무 일 없던 듯이 나는 갈 거야. 가져와 당장”

도둑이 소리치는 찰나 거실로 향하는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상황을 파악했는지 현관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문을 잠갔다. 다행히 도둑이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남편은 이제 고3이 된 아들의 얼굴을 봤다. 몸은 떨고 있었지만 눈빛은 침착하려 애쓰고 있었다. 남편과 아들은 칼을 든 강도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며 침착하게 행동했다.
시간을 벌면 문을 잠근 아내가 도움을 요청할 것이란 계산도 있었다.


돈은 원하는 만큼 줄 테니 섣불리 행동하지 말라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남편은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남편은 청테이프 감은 손을 도둑에게 보여주며 자신은 저항도 할 수 없으니까, 아들 목에 댄 칼만 내려달라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아내는 문 하나를 두고 현관에서 벌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둑이 거실로 들어오는 문이 잠긴 걸 알면 흥분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찰나 아내의 휴대폰이 울렸다. 

“경찰입니다. 신고하셨죠? 

저...근데, 아파트 1층 진입문이 잠겨있어서요. 이걸 열어야 들어갈 수 있는데요...”


아내는 도둑이 경찰과 통화소리를 들을까봐 전화를 끊고 인터폰으로 아파트 1층 진입문을 열어줬다.


전화를 끊은 그 짧은 시간 동안 경찰은 계속 전화를 했다. 아내는 핸드폰을 소리로 해놓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여

겼다.
동시에 경찰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문자로 알려줬다.


아내는 또다시 현관에서 도둑이 소리치는 걸 들었다.


“나랑 장난해? 돈을 가져오라고? 왜 계속 여기 있는 건데? 아들 죽는 꼴 보고 싶어? 어?”


아내는 점점 흥분하는 도둑이 경찰이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릴 들으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가슴이 철렁했다. 경찰에 상황설명을 했는데 도대체 왜 초인종을 누른단 말인가.
택배 아저씨도 아니고 도둑한테 ‘경찰이 왔습니다’ 알려주려고 그러는 것인지 아내는 답답했다.


문 하나를 두고 서로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경찰은 현관문의 초인종을 누르고 있고.
현관문 뒤엔 도둑이 아들 목에 칼을 댄 채 남편에게 돈을 요구하고.
거실로 통하는 문 뒤엔 아내가 남편과 아들의 안전을 절박하게 빌고 있었다.



/사진=픽사베이
아내는 베란다에서 소화기를 들고 왔다.
짧은 숨을 몇 차례 들이마시고 잠갔던 거실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내는 힘껏 소화기 레버를 눌렀고 새하얀 소화분말 가루가 작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남편은 거실문이 열리는 소리와 분말가루가 강도의 얼굴에 뿌려지는 순간 강도를 밀쳐내고 아들을 품으로 안았다.
아내는 그들을 지나쳐 본인이 직접 현관문을 열었다.


경찰은 흰 가루를 뒤집어쓰고 나온 아내를 뒤로하고 앞이 보이지 않아 허둥지둥하는 도둑을 그제야 제압했다.


하얀 소화기 분말이 아직도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모든 일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칼에 베인 아들 목의 상처가 그들이 위험한 현실을 지나쳐왔다는 걸 깨닫게 했다.


아내는 수갑 찬 도둑이 끌려나가는 걸 뒤로하고 남편과 아들을 바라봤다.
그래도 가족 모두가 살아있었다. 서로의 기지와 용기 덕택에...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남편은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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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요구하며 칼을 들고 집으로 들어온 강도를 가족이 합심해 붙잡았다.


지난 12일 오전 7시 40분께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사 A(48)씨와 아들 B(18)군은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려던 중 칼을 든 전직 제약회사 직원 안모(34)씨와 마주쳤다.


안씨는 칼로 위협하며 부자를 현관문으로 몰았고 문을 잠갔다. 안씨는 배낭에서 청테이프와 휘발유를 꺼낸 후, B군의 목에 칼을 대며 휘발유를 몸에 부었고 A씨에게 청테이프로 몸을 묶으라고 시켰다.


현관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A씨의 아내 C(49)씨는 칼을 든 강도에게 붙잡힌 부자를 보고 거실로 통하는 문을 잠갔고 경찰에 신고했다.


주변을 순찰 중이던 지구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아파트 1층 진입문이 잠겨있어 들어오지 못했다.


아내 C씨는 인터폰으로 진입문을 열어주며 경찰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줬다.


그는 경찰이 들어오는 소리에 강도가 흥분해 아들의 안전을 해칠까 우려하여 소화기를 쏘며 범인의 시야를 막은 뒤 현관문을 직접 열었다.


현관문에서 초인종을 누르던 경찰은 문이 열린 후에야 범인을 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병원에 전화해 설 선물을 전달한다며 의사의 집 주소를 알아냈고 흉기·휘발유 등 사전에 범행 도구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지난 2년 동안 일정한 직업 없이 지내며 생활비는 일명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충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가족의 침착한 대응으로 큰 사고 없이 안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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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ap=2#2015.02.17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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