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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10년 전 한국 경찰에 반한 日 소년, 꿈 이루게 해 준 사진 한 장 “내겐 영웅”

[기사의 극적 재구성] 10년 전 한국 경찰에 반한 日 소년, 꿈 이루게 해 준 사진 한 장 “내겐 영웅”

기사승인 2015. 02.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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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한국 관광 온 일본 소년, 한국 경찰과 찍은 사진 한 장의 힘 “경찰 꿈 이뤄” /사진=픽사베이

때론 오래된 낡은 사진 한 장이
어떤 이에게는 잊었던 자신과 만나는 통로가 되기도 하며,
어떤 이에게는 미래를 꿈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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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경찰서로 박 경장을 찾는 전화가 왔다.
경찰생활 10년이 넘은 박 경장이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낯선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수고하십니다. 서울 서대문 경찰서 김경식 경사라고 합니다. 박찬수 경장 되십니까?”


간단한 통성명이 끝나고 김 경사는 대뜸 10년 전 일을 박 경장에게 물었다.
서대문 경찰서로 일본인 한 분이 사진을 갖고 왔는데 사진 속 인물이 박 경장일 것이라 했다.
사건을 묻는 것도 아니었고 일본인이니 사진이니 하는 소리에 박 경장은 더욱 과거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며칠 뒤 박 경장 앞으로 온 소포엔 서툰 한글로 쓴 편지 한 통과 사진이 들어있었다.

사진 속 젊은 경찰은 당당한 모습으로, 그 옆의 작은 아이는 환한 미소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빛바랜 사진 속 젊은 경찰은 10년 전 박 경장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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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밤 11시가 넘은 시각, 쇼지로는 책상에 앉아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험에 부담도 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기지개를 켜며 책상 한편에 있는 사진을 바라봤다. 10년째 같은 자리에 있는 사진이었다.
색만 바래졌지 사진 속 두 사람은 언제나 쇼지로를 가슴 뛰게 하였다.


제법 손이 큰 쇼지로의 손바닥만 한 작은 사진이었지만, 쇼지로는 늘 사진 속 한 인물만 쳐다봤다.


늠름한 모습으로 쇼지로의 옆에 서 있는 한국 경찰관 아저씨.


친구들이 대학 진학을 고민할 때, 전공은 무엇을 해야 할 지 상담 받을 때, 쇼지로는 마음을 정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쇼지로는 사진 속 한국 경찰관처럼 일본의 경찰이 되고 싶어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경찰시험을 공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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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박 경장은 기억을 되돌려 사진 속 아이를 기억해내려 애썼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주변 모습과 간판은 기억할 수 있었으나 아이는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사진을 손에 든 채 박 경장은 25살 그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경찰이 된 지 몇 해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경찰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작은 일도 열과 성을 다했고, 불의에 맞서고 약자를 지키는 대한민국 경찰이 되어가고 있었다. 쉬는 날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민과 마주하면 지나치지 않았다.


박 경장은 그때의 자신을 회상하며 멋쩍게 혼자 웃었다.
그 기억의 끝자락에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만난 일본인 가족.


순찰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던 박 경장 앞으로 관광객 아저씨가 다가왔었다. 서툰 한국어로 아들이 경찰과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고 말했고, 박 경장은 멀리서 수줍게 서 있는 아이를 보고 흔쾌히 허락했다.


빨개진 볼이 아이가 들떠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박 경장은 경찰차 앞으로 아이를 데려가 자신의 경찰 모자를 벗어 아이에게 씌어주었고 아이는 빛나는 눈으로 박 경장을 바라봤다.
이내 둘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었고 그 1초가 안 되는 순간이 필름 속에 새겨졌다.


35살이 된 박 경장은 10년 전 어느 날의 1초와 준비 없이 만나게 된 것이었다.


10년이 넘게 경찰생활을 해도 사명감은 닳아 해지거나 흐릿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박 경장의 몸에 배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박 경장의 손에 들린 사진 한 장이, 잊고 있었던 젊은 경찰의 목표와 열정을 상기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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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쇼지로는 책상에 앉아 편지를 썼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경찰관님.
10년 전 경찰관님 옆에서 수줍게 사진을 찍은 쇼지로라고 합니다.
그 사진 한 장이 제 인생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사진 속 당당한 경찰관님과 경찰차는 어린 제게 선망이었고 영웅이었습니다.
이젠 제가 그 선망이 대상이 되었습니다.
당당하게 일본 경찰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나라는 달라도 치안 유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모습은 똑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에게 따듯한 마음을 보여주신 경찰관님 같은 일본의 경찰이 되겠습니다.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인생의 방향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쇼지로 드림-


마지막으로 쇼지로는 편지봉투에 인터넷에서 찾은 한글을 정성스럽게 베껴 써내려갔다.


‘친절한 경찰관님께’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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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왔다가 한국 경찰과 찍은 사진 한 장이 일본 아이를 경찰관으로 만들었다.


지난 14일 일본인 돗토리 카즈미치(55)씨는 서울 서대문경찰서를 방문했다. 돗토리씨는 품에서 10년 전 찍은 사진을 꺼내 사진 속 경찰관을 찾았다.


돗토리씨의 사정은 이랬다.


2005년 부인․아들과 함께 서울로 가족여행을 왔다. 서대문 형무소를 둘러본 아들(당시 9세)이 근처에 있던 파출소를 보더니 경찰과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돗토리씨는 어색한 한국말로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경찰에게 부탁했고, 젊은 경찰은 흔쾌히 아들과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을 책상 위에 소중히 간직했던 아들은 경찰관의 꿈을 품었다.


고3 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경찰 시험에 응시해 고교 재학 중 합격했고 지난 달 30일 경찰학교를 수료해 정식 경찰관이 됐다.


돗토리씨는 “아들이 경찰관이 된 것은 전적으로 한국에서 만난 경찰관 덕분”이라며 “아들을 대신해 이 사실을 알리고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 서울에 왔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의 도움으로 돗토리씨는 10년 전 사진 속 경찰은 현재 충남 보령경찰서에 근무하는 김태형 경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경장은 “작은 일인데 고맙다는 말을 전하러 일본에서 한국까지 왔다는 연락을 받고 기분이 좋았다”며 “경찰관 생활 10년이 지났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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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ap=1#2015.02.20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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