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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간통죄 위헌 결정의 의미

[기자의눈] 간통죄 위헌 결정의 의미

기사승인 2015. 02. 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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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4
최석진 법조팀장
“이제 바람 피워도 되는 거야?”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 결정한 뒤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건 아니다.

헌재 결정에 따라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간통 행위를 더 이상 형사처벌할 수 없게 됐을 뿐, 도덕적으로는 물론 법적인 측면에서도 여전히 지탄받아야 할 행동이라는 점에선 달라질 게 없다.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는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하고, 재판상 이혼사유 중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것에 해당돼 ‘유책배우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유부남이나 유부녀가 돈을 주고 성을 사면 성매매처벌법에 의해 처벌되고 이미 결혼한 남자가 결혼 사실을 숨기고 미성년자와 간음하면 형법상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죄’로 처벌될 수 있다.

우리 형법이 만들어지기 전 일본 형법을 빌려서 사용했던 구형법에서는 간통을 한 부인에 대한 처벌규정만 존재했다.

때문에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간통죄 조항에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바람피우는 남편으로부터 힘없는 여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오늘 헌재의 결정에는 수십 년이 지나 남녀 간 지위가 대등해졌고 국민 다수의 머릿속에 더 이상 가정의 이불 속 문제에 법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다.

간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유죄를 선고하는 판사에게 “당신이 언제부터 내 몸을 관리했었냐”고 소리쳤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개인의 성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인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간통죄는 사라졌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우선 정부는 당장 간통죄 위헌 결정에 따라 재심을 통해 구제될 사람들의 범위를 명확하게 확정하고, 조속한 법 개정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다. 헌재가 불륜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다 중요한 권리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걸 명심하고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어떤 처신을 할 것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이번 헌재 결정이 우리 사회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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