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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아이들의 눈에 비친 법원…‘사채왕 판사’

[취재뒷담화] 아이들의 눈에 비친 법원…‘사채왕 판사’

기사승인 2015. 02. 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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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법,고법,법원
27일 서울중앙지법 1층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10여명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아이들이 법원 견학을 온 모양이었다. 법원의 종류, 소송의 형태 등 꽤 자세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꼬박꼬박 대답을 하던 아이들 중 한명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판사가 죄를 저지르면 어떡하나요?”

법복이 아닌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았던 최민호 전 판사가 떠올랐다. 그는 명동 사채왕에게 자신이 연루된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억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논란 이후 최 전 판사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에는 취재진이 상당히 모였다. 그는 재판 내내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의 질문에도 짧은 답변으로 일관했다.

재판장이 피고인의 직업을 물을 때는 어쩐지 듣는 내가 민망하고 안타까웠다. 최 전 판사는 ‘법조인’, ‘판사’ 대신 “공무원이었습니다...어제 자로 퇴직한 것 같습니다”라고 차분하게 답했다.

수원지법의 판사였던 그는 검찰 수사중에 사직서를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바로 수리하지 않고 이달 9일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렸고 법원은 25일 사표를 수리했다.

최 전 판사 측 변호인은 “최 전 판사의 상태가 안정되지 못해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변론기일 준비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최 전 판사도 ‘피고인의 의견은 어떻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현직 판사가 비리로 긴급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앞으로 재판이 진행되면 또 다른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날 법원에 견학 온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억울한 사람들이 이 곳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잠시였지만 아이들의 눈빛에서 경외감이 보였다. 아이들에게 떳떳한 도덕적인 법조계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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