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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펀치’ 김래원 “조재현과 멜로드라마 찍은 것 같다”

[인터뷰] ‘펀치’ 김래원 “조재현과 멜로드라마 찍은 것 같다”

기사승인 2015. 03.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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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펀치' 박정환 역의 배우 김래원 인터뷰
배우 김래원/사진=조준원 기자

 하루하루 죽음이 가까워져 왔지만 '펀치' 속 박정환은 단 하루도 쉴 수 없었다. 시간과 다투면서 주위의 적들을 하나씩 물리쳐야 했던 박정환을, 배우 김래원이 아니라면 과연 상상할 수 있었을까.


지난달 17일 종영한 SBS 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는 다시는 오지 못할 이 세상을 건너가면서 인생과 작별하는 남자,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생애 마지막 6개월 기록을 그린 드라마다. 탄탄한 필력을 인정받은 박경수 작가가 그간 그려왔던 남성성이 유독 짙게 그려진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박정환이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선의의 인물로 서서히 변하는 남자. 언뜻 설득력을 갖기 힘든 캐릭터지만, 박정환이 되어버린 김래원의 연기는 늘 찬사가 따라다녔다.


"박경수 작가님이 처음에는 '박정환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해주셨어요. 쉬운 주문은 아니었죠. 밖에서는 날카롭고 짱짱한 모습이지만, 아플 때는 제대로 아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통증 연기를 하다 실핏줄이 터진 적도 있을 정도로 연기했어요. 시청자들도 그래서 '박정환은 아픈 사람이다'라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어서, 밖에서 박정환이 일을 처리하고 다녀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죠. 나빠도 용서가 되는 인물이기도 했고요."


극중 박정환은 국가가 부여한 검찰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는데 한 치의 가책도 없었고, 기꺼이 권력의 충견이 됐다. 그래서 이태준(조재현)을 검찰총장으로 만드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비리를 저질렀다. 그는 아팠다. 단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삶을, 딸 예린이(김지영)가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꿔놓기 위해 일말의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박정환 주위의 인물들은 모두 그의 적이 됐다. 


"온통 주위에 박정환을 괴롭히는 인물들뿐이었죠. 어제는 동지였는데 오늘은 적이고, 서로 쉴 새 없이 뒤통수를 때려요. 하지만 정환이는 자기 자신이 가장 미웠을 것 같아요. 사실 정환이는 복수할 자격이 없어요. 나쁜 놈이 맞아요. 아프지 않았더라면 계속 나쁜 길을 갔을 인물이에요. 그래서 아픈 것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려 했어요."


그 중 박정환과 가장 쫄깃한 관계를 보인 건 이태준이다. 이태준의 수하로 20년을 살아온 조강재(박혁권)도 박정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박정환은 이태준이 바라는 것을 한 발 앞서 얻어왔고, 유난히 쿵짝이 잘 맞는 친구였다. 두 사람 모두 따지고 보면 악역이 맞지만 유난히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저는 조재현 선배님과 멜로드라마를 찍은 것 같아요.(웃음) '펀치' 17회에서 박정환이 이태준에게 자신의 침대를 가리키며 '10분만 누워있다 가십시오'라고 말해요. 서로가 적인데 쉽게 자신의 소중한 공간을 내주죠. 그건 사랑이에요. 이태준과 박정환은 끈끈한 무언가가 있었어요."



배우 김래원/사진=조준원 기자

유난히 조재현과 명장면을 많이 남긴 김래원이었다. 한강 둔치에서 두 사람이 만난 장면이라던가, 늦은 밤 시각 성원각에서 만나 함께 자장면을 나눠먹는 장면 등은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조재현 선배님과 정말 호흡이 잘 맞았어요. 처음 발동을 걸어주셨는데 배우로서 굉장히 큰 힘이 되는 지점이에요. 찍어야 할 장면에 따라 그날 분위기도 주도하세요. 후배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주는 선배였어요. 눈빛만 봐도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굳이 말 하지 않아도 '따라와'라고 신호를 보내거나 '따라갈게'라고 신호를 받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펀치'가 방영될 시기, 영화 '강남 1970'(감독 유하)으로도 남자다운 매력을 발산했던 김래원은 '펀치'의 출연 결정하고 촬영을 진행하면서 유하 감독에게 장문의 감사 메시지가 담긴 문자를 보냈다. 선 굵은 남자를 연기하기에 적합한 시기라 판단했고, 그리고 '강남 1970'이 있었기에 '펀치'에서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풀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선 굵은 남자를 연기할 시기가 맞았다는 건 제가 의도했다기보다 시간의 흐름과 닿아있는 것 같아요. 나이도 들면서 사고와 시각도 바뀌었고,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연기하는 게 가능해진 것 같아요. '강남 1970'의 영향이 컸어요. 단순히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이 아니라, 그 장면 속에 복합적인 감정들이 담겨 있었어요. 그 감을 가지고 왔더니 '펀치'에서 반영된 것 같아요. 유하 감독님께 장문의 문자도 보냈어요. 고맙다고."


배우로서 연기에 대해 깊게 끝없이 고민해온 김래원은 '펀치'라는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잠시 휴식 시간을 취하면서 차기작을 검토하겠다는 김래원은 이번 '펀치'에 남다른 고마움을 보냈다.


"17개월 된 조카도 제가 '펀치'에 나온 걸 알아요. 가족들도 좋아하고 주위 분들도 연락이 많이 왔어요. 아무래도 '펀치'가 어른들의 이야기였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어른들이 많이 공감한 것 같아요. 만족도는 훌륭해요. 좋은 역할에 좋은 작가님, 감독님, 함께 한 배우들도 좋아서 연기 호흡도 좋았죠. 그래서 제게 좋은 이야기도 많았던 것 같아요."



배우 김래원/사진=조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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