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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통과.. ‘관행’ 이제는 ‘범죄’

김영란법 통과.. ‘관행’ 이제는 ‘범죄’

기사승인 2015. 03. 0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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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고질병 '혈연 지연' 문화 치유 관측
사회 경직화 및 서민 경제 타격 우려 목소리도
국회 '법리적 검토 부족' 비판 불가피
[포토] 김영란법 통과 의사봉 두드리는 정의화 의장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치며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통과를 알리고 있다./송의주 기자 songuijoo@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3일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우리 사회도 일대의 변혁기를 맞게 됐다.

김영란법은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7명 중 찬성표가 226표가 나왔다. 반대 4명, 기권은 17명에 불과했다. 당초 과잉입법과 위헌 논란 등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공직자, 사학관계자 및 언론인 종사자는 1년 6개월(유예기간) 뒤인 내년 10월께부터 자신이나 배우자가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1회)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을 받는다. 100만원보다 적은 금액이더라도 직무관련성이 있거나 1년에 걸쳐 받은 금액이 300만원을 넘어서면 처벌대상이다.

이에 따라 우리사회에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이 모두 ‘범죄’의 영역에 포함된 셈이다.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등 부조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이 없어 처벌을 할 수 없었던 악폐습 관행에 대해 이제는 처벌할 근거가 생겼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혈연·지연 문화를 개선하는데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법이 시행되면 우리 사회에 금품과 고액의 선물을 주는 것과 받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100만원 미만의 선물이라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공직자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도 근절될 전망이다.

일선 학교에서 스승의날마다 선생님들에게 선물이나 식사를 대접하던 문화도 사라질 전망이다. 자신의 자녀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에게 주는 선물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방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뜻을 ‘선물’로 표현해 온 우리 국민의 정서를 고려할 때 사회가 너무 팍팍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안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공직자의 부정부패 방지’라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선물금지법’ ‘공직자 기피법’ 등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법안 시행으로 인해 선물 문화가 사라지면서 농어민과 유통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영란법에 따르면 승진이나 인사 발표시에 축하난도 못보내게 된다”면서 “농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법이 시행되면 초기에 서민경제에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만큼 우리 사회에 청탁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가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입법부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충분한 법리적 검토를 마치지 못하고 여론에 떠밀려 법안을 처리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날 법사위 논의 과정에선 “김영란법 처리와 관련, 위헌성이 있고 법치주의에 반하고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 때문에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 “지금의 입법방식은 일종의 ‘충동입법’”(이병석 새누리당 의원) 등의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여야 합의’라는 대세를 엎지 못했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큰 상황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김영란법이 통과된 후 성명서를 내고 “김영란법이 위헌소지가 있는 문제투성이 법안이라는 각계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이 충분한 법리 검토 없이 통과시킨 것은 헌법재판소에 공을 넘긴 것이자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태”라면서 “권력이 김영란법을 빌미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을 경계하며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이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정당한 취재와 보도활동을 방해하는 등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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