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설기현 ‘은퇴’…아련한 2002 한일월드컵의 추억

설기현 ‘은퇴’…아련한 2002 한일월드컵의 추억

기사승인 2015. 03. 04. 11:3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황보현의 리얼풋볼 K] 은퇴 마무리 찝찝, 지도자로서 새 인생출발.
설기현 은퇴 기자회견-07
설기현이 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설기현은 성균관대 감독대행으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다./이병화 기자photolbh@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설기현(36)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설기현은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 대회의실에서 은퇴식을 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 했다.

또 한명의 ‘영원한 국가대표’가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다. 그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변신을 시도한다.

광운대 출신인 설기현은 지난 2000년 벨기에 주필러리그의 로얄 앤트워프로 이적했다. 그는 벨기에 무대에서 총 121경기를 뛰는 동안 32골(앤트워프 소속 27경기 11골·안더레흐트 소속 94경기 21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쳤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과 레딩, 풀햄 등 소속으로도 그라운드를 누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힐랄에 잠시 몸을 담았던 설기현은 2010년 포항스틸러스를 통해 국내로 복귀한 뒤 2011년 울산현대, 그리고 2012년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터진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은 여전히 축구팬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설기현의 은퇴로 이제 2002 월드컵 4강 멤버 중 현역 선수는 5명으로 줄었다. K리그 최고령 선수 김병지(45·전남)와 일본 교토상가로 이적한 김남일(38), 전남 수비수 현영민(36),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35·서울), 당시 대표팀 막내 이천수(34·인천) 뿐이다.

설기현의 돌연 은퇴 선언은 의아하다. 그는 올 시즌 K리그 개막을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은퇴를 선언했다.

가뜩이나 인천은 지난 시즌 급격히 악화된 재정 위기와 성적부진으로 이중고에 시달렸고, 김봉길 감독의 경질과 후임 감독 선임문제로 또 한 차례 소용돌이에 휩쓸려야 했다.

인천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인천은 설기현의 이름이 포함된 명단으로 K리그 선수 등록을 마쳤고, 개막전까지 홍보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김도훈 신임 감독은 최근 영입한 벨기에 출신의 장신 공격수 케빈과 더불어 설기현을 최전방 공격수로 중용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맹활약한 진성욱을 조커로 활용하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설기현은 지난해 부상 등으로 그라운드에 거의 나서지 못했지만, 올해는 선발 출전이 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고 한다.

만약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다면 김도훈 감독도 설기현의 공백을 대비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은퇴는 인천 팬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그는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과 성균관대 축구 감독으로 가는 것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있다. 그런 지적도 달게 받아들이겠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은퇴를 하게 됐다. 갑작스럽지만 지도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어떤 일이든 마지막이 중요하다. 마지막 순간 대처에 따라 한 사람 인생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설기현은 자신이 그동안 꿈꿔왔던 지도자로의 변신에는 성공했지만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인천 팬들에게는 끝내 박수를 받지 못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