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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진출 빠진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

중동진출 빠진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

기사승인 2015. 03. 0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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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이 지역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와 업계 1위 유한양행의 위상이 묘하게 대비되고 있다.

제약업계 전반이 글로벌 시장 개척·신약개발·인수합병(M&A) 등에 적극 나선 가운데 유한양행은 이 보다는 외국계 제약사(외자사) 품목 도입에만 열중하고 있어서다. 이는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약사의 대형화·국제화를 요구해 온 정부의 정책 의지에 반하는 행보다.

일각에서는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산업을 대표하는 선도기업으로서 역할하고 희생하기 보다는, 선대 창업주의 후광에 기대어 이익 극대화와 현실안주만 좇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JW홀딩스·종근당·보령제약·BC월드제약 등이 중동의 빗장을 열고 한국 제약산업의 이 지역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들 제약사는 향후 5년간 약 2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2위 녹십자는 녹십자 의료재단을 앞세워 사우디 진출을 알렸다. 인허가 장벽 극복이 관건이지만,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만큼 성과가 예상된다.

안국약품과 삼일제약은 앞서 이란에 진출했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아시아 다음으로 중동에 의약품을 수출하거나 법인을 설립했을 만큼, 중동은 국내 제약산업의 중흥을 이끌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 해외순방에 업계 1위 기업이 동행치 않는 것은 드물다. 그럼에도 유한양행이 선 뜻 나서지 못한 것은 대표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 신약이나 뚜렷한 강점이 없다 보니 수출 전선에 명함을 내밀 수 없었던 것. 제약사라기보다 유통회사다운 행보다.

유한양행의 1조 매출은 60% 이상 외자사 제품을 들여와 판 결과다. 외자사 종속 심화를 1위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여느 제약사처럼 유한양행도 이들 외자사에 물품대금은 물론 판매 수수료·로열티 등을 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 의지도 의심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이 5% 수준으로 낮다.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이 20%를 웃도는 등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유한양행보다 높다.

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8~10%대다. 최근 수년간 유한양행의 영업이익률은 4~6%대에 맴돌고 있다. 외자사 품목이 도입된 시기와 맞물린다. 벌어서 남 줬다는 얘기다. 외화 획득 보다는 외화 유출 기업에 가깝다.

지난해 매출의 9.8%를 투자한 녹십자가 유한양행과 투자비중을 동일하게 했다면, 매출 1조 163억원으로 유한양행(1조 174억원)과 함께 나란히 매출 1조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유일무이 한 유한양행의 매출 1조는 ‘투자’에 우선한 녹십자가 양보한 결과다.

증권가와 제약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의 매출 1조원 달성을 ‘천수답 경영’의 결과이자 ‘사상누각’에 비유한다. 외자사 오리지널 제품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불평등 계약’ 가능성이 커져 수익성 악화에 내몰릴 수 있는데다, 언제든 외자사들이 상품을 회수할 경우 매출 1조 붕괴는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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