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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통장 1억1479만개 잔액 1만원 미만…고민깊은 당국·은행들

은행통장 1억1479만개 잔액 1만원 미만…고민깊은 당국·은행들

기사승인 2015. 03.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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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변질 우려있지만 자율 정리방법도 만만치 않아
국민-horz
국내 은행 계좌의 절반 이상이 1만원 미만의 잔액만을 담고 있는 통장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는 범죄에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있는 이런 초저잔액 통장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가장 손쉬운 계좌 정리방법은 초저잔액 통장에 대해 유지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금융당국 일각에선 계좌유지수수료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도 솔솔 나오지만 은행들은 고객들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아직 부담스럽다는 입장이 주를 이룬다.

26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전체 통장계좌는 2억2641만1000좌다.

이 중 1만원 미만 잔액계좌는 1억1479만6000좌로 전체 통장의 50.7%를 차지한다. 은행 통장 2개 중 1개는 1만원 미만의 돈만 들어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통장들이 넘쳐나는데도 계좌를 정리할 방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100원짜리 통장에 대해서도 이자를 계산해서 지급해야 하고 계좌를 유지하기 위해 전산관리를 해야 하는 등 비용이 발생한다.

이들 계좌는 불법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등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대포통장들을 신규발급받기 어려워지자 사기범들이 기존 계좌 중 사용하지 않는 통장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융사기를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풍선효과’로 장기미사용통장들이 금융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개인의 권리에 속하는 예금통장발급을 강제로 규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리 적은 금액을 넣어도 미래 고객이 될 수 있고 마케팅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도 있어 관리비용이 들어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게 은행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악용의 소지가 있지만 초저잔액통장을 강제로 제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런 초저잔액통장을 시장의 자율기능에 따라 없애기 위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일정금액 미만 잔액 통장에 대해 계좌유지수수료를 받는 방법이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BoA(Bank of America)에서도 잔액이 일정 기준 이하인 통장에 대해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우리도 수수료를 통해 잔액이 삭감되면서 자율적으로 초저잔액통장이 정리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의 대표은행 가운데 하나인 BoA는 매달 12달러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면제받기 위해선 월 1회 250달러 이상의 급여이체나 통장의 일평균잔액이 1500달러 이상 돼야 한다.

국내에서도 계좌유지수수료는 낯설지 않다. 은행들이 계좌유지 수수료를 처음 도입하려 했던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인수한 제일은행의 윌프레드 호리에 당시 행장은 2001년 1월1일부터 10만원 미만의 평균잔액 통장에 대해 수수료를 받겠다고 공식화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아 결국 그 해 10월경 유야무야됐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계좌유지수수료는 대고객 수수료라 고객민감도가 높아 은행들도 쉽게 수수료 신설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도 “수수료가 차츰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했을 경우 여론의 화살을 금융당국이 맞아줄 수도 없고 은행들도 고객들의 반감을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없애지도 못하고 방치하면 독이 되는 통장들에 대한 고민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발표한 ‘금융감독 쇄신 및 운영방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진 원장은 대포통장 발급 근절을 언급하며 선진국의 사례 등을 참조해 금융회사의 통장 남발 관행을 전면 쇄신하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주도하에 장기 미사용 통장 정리 등 대포통장 발생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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