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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가장 큰 진실은? “나라 지키던 군인들 희생”

천안함 사건, 가장 큰 진실은? “나라 지키던 군인들 희생”

기사승인 2015. 03. 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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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5주기 '아물지 않은 상처들'] 천안함 생존자 32명 군 복무 중, 26명은 전역, 6명은 실종 상태..."생존자들, 국가 보상이나 유공자 인정 없었다"...북한 "미국의 모략극, 삐라 무력대응" 군사 긴장 고조
천안함 5주기 해상훈련
천안함 사건 5주기 해상 기동훈련에서 우리 해군의 신성함이 24일 서해 태안 서쪽 50마일 덕적도 인근 해역에서 함포를 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의 봄은 왜 이리도 슬프고 잔인한가? 46명의 장병들이 순직한 천안함 사건이 올해 3월 26일로 5주기가 됐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꼭 20일 후인 4월 16일은 세월호 침몰 대참사 1주기가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진정한 추모와 뼈아픈 각성보다는 제각각 이념과 진영, 정치적 이해에 따라 천안함과 세월호를 재단하고 있다. 미흡한 진실은 규명돼야 하지만 “험한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소중한 46명 군인 장병들의 죽음을 마치 말장난하듯 떠드는 것은 살아 남은 사람들의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어느 천안함 유가족의 애끊는 호소만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천안함과 세월호 사건으로 숨진 죽음들은 누구에게는 아버지였고 자식이었으며 남편이고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다시 한번 깊이 헤아렸으면 한다. 최근 방위사업 비리와 성군기 문란, 병영 악습으로 묵묵히 안보 전선을 지키고 있는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 뜨리고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우리 군도 천안함 5주기를 계기로 다시는 이러한 국가적 참극과 사회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천안함 생존자 32명은 군 복무 중, 26명은 전역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22분. 서해 백령도 연화리 서남방 2.5㎞ 해상의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바다에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강력한 폭발음이 발생했다. 승조원 104명을 태우고 해상 경계임무를 하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폭발과 함께 선체가 두 동강으로 갈라져 침몰해 장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은 구조됐다. 전사자 46명 중 6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 장병 중에는 32명이 여전히 군 복무를 하고 있고 26명은 전역했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생존 장병인 라정수 씨(26)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과 함께 살고 있다. 해군 부사관으로 5년 간 복무하다가 2013년 전역 후 광주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라 씨는 “함수 지하 1층 전자정보실로 돌아왔다. 5분쯤 지났을 때 ‘쾅’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고 긴박한 당시를 회상했다.

라 씨는 “당시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거나 진실을 물어보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뉴스에 나오는 전문가나 군 조사단 역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생존자들이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질적인 보상이나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은 사례는 없다”고 했다. 라 씨는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큰 진실은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사람들이 희생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라 씨와 생존 장병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1년에 3차례 현충일과 국군의 날, 사고일 3월 26일마다 전우회 모임을 하고 있다. 라 씨는 “잇따른 참사가 발생하는 데 안타깝다”면서 “지위 고하를 떠나 방관하지 말고 책임을 느끼고 체계적인 사고 수습과 매뉴얼 마련을 위해 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존자들 국가로부터 보상이나 유공자 인정 받은 사례 없다”

고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 박병규 씨(59)는 “언제까지 석원이만 생각하며 슬프게 지낼 수 없어 최근 아들의 유품을 정리했다”면서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아들을 생각하면 담담하게 생활해야 하는데 봄만 되면 마음을 잡지 못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 7월부터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유족 모임을 주선하고,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유족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박 씨의 몫이다. 아들을 비롯한 천안함 장병들이 순직하기 전 봉사활동을 했던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장애인 요양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

박 씨는 “국민 모두가 천안함 유족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줘 정말 감사하다”면서 “46용사와 유족들을 잊지 않아 줘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해군은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서해상에서 대규모 해군 전력이 참가하는 실전을 방불케하는 해상기동 훈련으로 영해 사수 의지를 다졌다. 한국형 구축함 을지문덕함(3200톤급), 신형호위함 인천함(2500톤급), 호위함 청주함(1800톤급), 천안함과 동급의 초계함 신성함(1200톤급), 유도탄고속함 한상국함(450톤급), 고속정(150톤급) 등 10여척 함정의 함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천안함 사건 당시 전사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가 기탁한 아들 사망보험금과 성금으로 2함대사령부 초계함에 2정씩 장착된 ‘3·26 기관총’으로 불리는 K-6도 동참했다. 3·26 기관총 사수인 양만석 중사(31)는 “적이 도발하면 그동안 훈련한 대로 적함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겠다”면서 “우리는 준비돼 있고 내 손으로 반드시 명중시키겠다”고 말했다.

훈련을 진두지휘한 강석봉 23전투전대장(대령)은 “우리 해군은 지난 5년 간 절치부심하며 적을 처절히 응징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춰왔다”면서 “불굴의 의지로 필승해군의 승전 전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북한, 미국의 모략극, 대북전단 무력대응” 군사적 긴장 고조

하지만 북한은 천안함 사건 하루를 앞둔 25일에도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주장하며 미국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패권 강화를 위해 이 사건을 꾸며냈다고 비난했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고발장’에서 “천안호 침몰 사건은 철두철미 미국의 치밀한 정치군사적 이해타산으로부터 고안되고 실행된 모략극, 날조극”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4일에도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남측이 5·24 조치를 일방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26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을 연다.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과 생존 승조원, 정부 주요인사, 각계대표, 시민, 학생, 군 장병 등 5000여 명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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