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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CEO열전]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 인간 중심의 ‘의리경영’

[금융CEO열전]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 인간 중심의 ‘의리경영’

기사승인 2015. 03.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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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벗고 직원과 한 뼘 거리…업무 브리핑 대신 토론 진행 등 '관계 리더십' 주목
CEO열전_한화_김연배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은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중간에 “나 없이 편하게 얘기하라”며 자리를 뜬다. ‘대표이사 부회장’이란 직함이 주는 무게감에 혹 직원들이 위축되지는 않을까 편하게 자유토론 시간을 갖게 해주려는 배려차원에서다.

김 부회장은 격식이나 형식을 중시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지난해 9월 29일 취임 직후 10월 한 달간 하루 2~3개 팀씩 업무보고를 받을 당시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브리핑이 아닌 토론식으로 진행해 각 팀장들을 긴장케 한 적도 있다.

김 부회장은 1968년 한화와 첫 인연을 맺은 후 한화그룹 임직원 전체 최장기 근속연수(47년)를 자랑하는 뼛속 깊은 ‘한화맨’이다. 특히 한화생명은 김 부회장이 2002년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인수팀의 총책임자를 맡아 실질적인 인수 작업을 주도한 만큼 남다른 애착이 있는 곳이다.

김 부회장은 지금도 71세란 나이가 무색하게 직원들과 함께 출퇴근하며 변함없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묵직한 카리스마 대신 친근하게 말을 섞어 오히려 직원들을 당황시키기도 한다. 종종 엘레베이터에서 김 부회장과 마주치는 일도 직원들에겐 일상이 됐다.

한화생명은 매년 한화그룹 창립기념일인 10월 9일 우수직원·장기근속직원 포상을 한다. 지난해 김 부회장은 70여명의 장기근속직원들을 시상하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상을 줘야 한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뜻이었다. 보통 25분이면 끝나던 시상식이었지만, 1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끝났다.

행사에 참석했던 회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장기근속상의 경우엔 대표자 한명이 나와서 상을 받고 형식적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김 부회장이 한 명씩 악수를 하면서 어느팀 소속인지, 힘든건 없는지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그의 경영에는 늘 ‘인간’ 중심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그 바탕에는 50여년간 함께 해온 한화그룹의 기업정신인 ‘의리’와 ‘신용’이 자리하고 있다.

취임 직후 첫 행보도 전국 7개 지역본부 찾아 영업관리자와 설계사들의 의견을 청취한 일이다. 지금도 직접 일주일에 최소 두번은 용인연수원이나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되는 설계사 교육시간에 참여해 직접 강의하며 현장의 한화 식구들을 챙긴다.

김 부회장은 한화 그룹 내에서 의리와 신용으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경기고 동문인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을 맡아 그룹 전반을 지휘할 만큼 김 회장의 ‘그림자’로도 통한다.

김 부회장은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2005년 구속, 옥살이를 했지만 당시 “혼자서 한 일”이라며 김 회장을 보호하기도 했다.

70대인 김 부회장을 한화의 중요 계열사인 한화생명에 ‘구원투수’로 투입한 이유도 김 회장의 높은 신뢰가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부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김 회장을 보좌하면서 1999년 IMF외환위기 직후 한화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력이 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저금리와 저성장 등 업황 부진으로 전년대비 23% 감소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김 부회장은 취임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조직쇄신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 취임 직후 지난해 3분기 매출·당기순이익·영업이익 모두 전년대비 상승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거둬들이며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김 부회장은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노력과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변하는 경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하고, 또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를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직 슬림화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회장은 “올해 한화생명은 고객·주주·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세계 초일류 보험사로 도약할 것”이라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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