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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프라이가 프랑스 고급요리였다고?

프렌치 프라이가 프랑스 고급요리였다고?

기사승인 2015. 03. 2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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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통해 인류문명사 조명한 '탐식의 시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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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통해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훑는 ‘탐식의 시대’가 출간됐다.

저자인 영국의 레이철 로던은 오랜 요리의 역사에서 1880∼1914년의 시기가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고 본다. 그 이전까지 부자와 권력자들은 소위 프랑스 고급요리를 먹었고 시골 빈민들은 하급 요리를 먹었다.

그러나 이 시기 중산층과 임금노동자들이 식품가공산업의 소비자로 급부상하면서 음식 문화에는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 과거에는 왕과 귀족이 먹는 고급요리와 평민이 먹는 하급요리가 분명히 구분됐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계급에 상관없이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흰 빵과 쇠고기, 제철이 아닌 신선한 채소, 차가운 음료는 100년 전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차가운 콜라를 곁들여 이들을 모두 하나로 합한 햄버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먹을 수 있다.

프렌치 프라이(감자튀김) 역시 1900년대 초만 해도 프랑스의 고급 요리였다. 그러나 1965년 맥도날드가 냉동감자를 이용한 프렌치 프라이를 내놓으면서 프렌치 프라이는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가공 식품을 깎아내리는 오늘날의 분위기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이런 분위기는 로마의 대규모 제빵 시설과 생선 소스 공장, 불교 사원의 차 가공 시설, 네덜란드의 청어 생산 공장, 프랑스의 사탕무 정제소, 세계 각지의 롤러 제분소가 식단을 개선하고 힘든 육체노동을 덜어주며 맛 좋은 음식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국인인 저자는 ‘영국 음식은 형편없다’라는 시각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9세기 말에 단일한 영국 요리라는 것은 없었다고 설명한다. 또 영국에는 레스토랑의 전통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 방문객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은 피시 앤 칩스 같은 노동계급의 음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음식은 요리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없었던 노동계급의 음식인 만큼 잘 만들기는 어려웠는데 이런 측면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영양의 측면에서도 19세기 말 영국에서는 빈민도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었고 영국 노동계급의 식단은 세계 대부분의 다른 나라 노동계급의 식단보다 나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은 불교와 이슬람, 기독교의 요리와 이들 종교 관련 요리들이 정치상황과 결부돼 어떻게 전파되고 해당 지역의 요리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살피는 등 종교와 요리의 관계에도 주목한다.

조윤정 옮김. 584쪽.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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