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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 보기 좋은 ‘이색 영화’ 3편

심심할 때 보기 좋은 ‘이색 영화’ 3편

기사승인 2015. 03. 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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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비 43
2. 청춘예찬
3. 카모메 식당
일주일에 평균 10여편의 영화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개봉된다고 한다. 수십 편의 영화가 제작돼 단 며칠이라도 상영관에 걸리기를 고대하지만 극장은 상업적이며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에게 상영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상영관에 걸리지 못한 미개봉작은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나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다. 제작사의 사정에 따라 무료 상영이 가능한 작품도 있으니 심심할 때 보기 그만이다.

부쩍 오른 영화 티켓비가 아깝고 함께 영화를 볼 사람이 없다면 편안히 침대나 소파에 누워 노트북·태블릿PC·스마트폰 등으로 이색 영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심심할 때 보기 좋은 ‘이색 영화’ 3편을 추천한다.


1. 무비 43

무비 43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무비 43’은 ‘철저한 B급 코미디’를 지향한다. 감동, 철학은커녕 이해되기를 거부하고 웃기는 데에만 전력투구하는 정력적인 코미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이다. 휴 잭맨, 케이트 윈슬렛, 리차드 기어, 나오미 왓츠 등 이름이 그 자체로 고유명사이며 얼굴이 곧 명함인 스타 배우들이 옴니버스 구성의 이 영화의 각 에피소드를 책임지고 있다.

그들이 펼치는 연기는 그들의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SNL급의 ‘병맛’ 코미디. 힌트를 하나 주자면 휴 잭맨은 자신의 목에 무려 ‘고환’을 달고 나온다.

영화는 약자의 페이소스가 묻어났던 ‘주성치 영화’와도 다르고 수많은 시리즈와 패러디 물을 만들며 성인 코미디의 히트 상품으로 군림한 ‘아메리칸 파이’ ‘무서운 영화’ 시리즈와도 궤를 달리하는 형언불가의 자유분방함과 당황스런 코드가 매력인 독보적 영화다.

뇌와 가슴을 온전히 비워야만 즐길 수 있는 변태성향의 상품이며 관객의 강한 비위를 강요하는 쓰레기 향의 영화가 바로 ‘무비 43’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문제아·반항아 보다 한 수 위인 ‘돌+아이’같은 영화다. 보자마자 자신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호불호가 확실한 영화로 앞서 비교 예시로 제시한 주성치 영화나 ‘아메리칸 파이’류의 영화들을 즐긴 관객들에게는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 어떤 방해공작 없이 웃기는 데만 열중했던 영화, 이야기 구조의 논리를 배제하고 몇 마디 말장난만으로도 배꼽을 뺏던 영화를 그리워했던 관객에게 이 영화는 청량음료와도 같은 상쾌함을 선사할 것이다. 한 번 이 영화의 코미디에 웃었던 관객은 두 번, 세 번도 웃게 된다. 이 영화의 저급한 코미디에 웃었다고 해서 본인의 영화 보는 눈은 의심하지 말길. 이 영화 썩 괜찮은 B급 영화다. 웃었으면 그만인 것이다.


2. 청춘예찬

청춘예찬_스틸_1
별 생각 없이 보냈던 청춘. 대학 도서관에 엉덩이를 붙이기보단 만화방이나 당구장에서 시간을 탕진하고, 술에 절어도 건강한 간을 맹신했던 20대. 조강지처같은 애인을 두고도, 건수가 생기면 언제든 색다른 여자와 색다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수컷본능을 과시했던 젊은 날의 초상은 입버릇처럼 ‘청춘’을 핑계 삼으며 그 시절에 가능한 ‘낭만’을 택했다.

청춘들은 ‘대출’(대리출석)로 대학생의 본분을 대신했고 ‘대출’(학자금 대출)로 대학생의 지위를 연명했다. 골치 아픈 꿈과 희망에 대한 담론은 저 뒤로 미뤄뒀고 그 빈자리에 술과 여자 등의 유희를 채웠다. 그 시절의 청춘은 참 화려했고 즐거웠다.

영화 ‘청춘예찬’은 한때는 잘 나갔다며 ‘전성기’를 운운하던 청춘들이 덜 성숙한 상태로 사회에 내던져지며 씁쓸하게 퇴화돼가는 과정을 현실적이며 냉정한 시선으로 그린다. 1990년대에 화려한 청춘기를 보낸 세 남자의 당시의 최우선 가치는 낭만을 가장한 쾌락이었다. 이들은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특권처럼 여기며 술, 여자, 섹스, 놀이 등에 탐닉한다.

지질해 보이는 친구 경태가 성인잡지를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리비도를 방출할 때, 세 남자는 되는 대로 미팅을 하며 현실의 여자를 리비도의 분출 상대로 삼으려 한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그러니까 약육강식의 논리가 당연시되는 냉혹한 사회에 이들이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이들은 전과 다름없이 술을 마시고, 여자를 만나며 청춘을 소비하는데 몰두한다. 하지만 이들의 청춘은 전처럼 화려하지 않다. 재밌지 않다. 저만치 미뤄뒀던 꿈, 희망 등의 담론이 점차 현실로 다가와 이들의 삶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취업, 결혼, 육아 등의 숙제가 세 남자의 청춘을 점점 앗아가고 있던 것이다.

결국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독하게 암울한 ‘남자의 인생’이다. 영화는 군대, 취업, 결혼, 육아, 승진, 내 집 마련 등으로 요약되는 삶의 변곡점마다 남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조명한다.

술에 취한 태평은 푸념한다. “예전엔 내가 정말 특별한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야”. 냉혹한 사회 안에서 세 남자의 화려했던 청춘은 이미 지고 없었다. 특별했던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가정을 건사하기 위해 더러운 현실을 감내하는 아저씨가 되어 있었고, 이들의 청춘을 상징하던 섹스는 달콤한 과정 없이 돈으로 이용이 가능한 스트레스 해소용 놀이로 변질되고 말았다. 접대에 실패해 일비만 날린 태평이 홀로 노래방에 앉아 ‘변해가네’란 노래를 울먹이며 부르던 장면이 내내 잊히질 않는다. 공감하지만 동의하기 싫은 남자들의 이야기, 불쾌하지만 참으로 눈물겹다.


3. 카모메 식당

카모메_식당_스틸_1
‘카모메 식당’은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매끄럽게 표현된 영화다. 일본영화 특유의 느림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쇼트의 수와 변화가 최소화돼 있고 음악도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 쓰이지 않는다. 대화 장면에서의 침묵도 고스란히 관객에게 노출시킨다. 침묵사이에 형성되는 감정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영화는 모든 것을 천천히 진행시키고 있음에도 영화 자체가 주는 지루함은 굉장히 적다.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대단한 반전을 그리고 있지도 않고 각 캐릭터도 특이한 지점은 있지만 흔히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인간형에 불과함에도 영화가 지루하지 않게 꿋꿋이 간다. 그 점이 굉장히 놀랍다. 이유인즉슨 평범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연출과 느린 호흡에서 터지는 깨알 같은 유머 덕분이다.

코미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지극히 일본영화답다. 영화는 타이밍의 코미디를 노린다. 가령, 식당을 계속 노려보는 아주머니의 반복적인 등장. 그 등장을 가장 먼저 캐치하는 건 무조건 미도리다. 앞서 말한 남자 같은 외모의 미도리 표정이 가장 먼저 나와야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카모메 식당’의 도둑이 들고 세 명의 카모메 여인은 어찌할 줄 몰라 한다. 그런데 그 때 사치에가 매일 연습했던 합기도로 도둑을 단숨에 제압한다. 앞서 두 번 정도 반복됐던 합기도 준비자세가 이 부분의 웃음을 위해서 긴요하게 쓰이는 것이다.

‘카모메 식당’은 10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천천히 요리하는 그야말로 ‘Slow Soul Movie’다. 만약 당신이 낯선 곳, 낯선 식당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었던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낯설음이 주는 재미를 충분히 경험해 보았다면 말이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비우고 천천히 여행하는 기분으로 보는 감상법을 권한다. 그 안에서 충분한 재미와 휴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기자가 운영하는 영화 블로그 필름 매거진 (http://jksoulfil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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