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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박카스 아줌마는 부분일 뿐...” 의약품 불법판매, 집단 싸움의 장소 ‘종묘공원’

[기사의 극적 재구성] “박카스 아줌마는 부분일 뿐...” 의약품 불법판매, 집단 싸움의 장소 ‘종묘공원’

기사승인 2015. 03. 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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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아줌마' 비아그라  불법판매, 집단 노인 싸움의 장소 ‘종묘공원’ /사진=픽사베이
오빠, 이거 한 병 먹어봐


원색 코트에 진한 화장을 한 50대 여성이 황씨 옆에 붙어 선다.

 

오빠, 나 커피 한잔만 사줘~”

 

황씨가 길거리에 파는 커피 한잔을 사준다.

 

오빠, 나 사실 커피보다 술 먹고 싶은데 우리 술 먹으러 갈까?”

 

황씨는 이내 그 여성의 말을 무시하고 종묘공원으로 들어선다. 뒤에서 여성들이 나누는 말소리가 들린다.

 

~ 저양반도 꽝이네. 또 허탕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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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올해 일흔일곱 황씨가 공원입구로 들어섰다.  

자주 봤던 얼굴들이 황씨를 보고 손짓했다. 매일 보다시피 하는 얼굴들이라 반갑진 않지만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으면 서로 걱정하기마련이었다.

 

최 가가 요새 통 안보이네. 몸이 아픈가. 홀로 지내는 할아범이 몸이라도 괜찮아야할 텐데...”

 

대부분 노인들은 홀아비에 자식과의 왕래도 별로 없는 지라 종묘공원으로 나오는 것이 건강에 이상 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표시였고 노인들 대부분은 그렇게 서로를 챙겼다.

 

구청에서 가져다준 반찬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나온 황씨는 속이 헛헛했지만 점심 무렵 무료로 나눠주는 밥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때워야했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김씨와 합쳐 2000원을 내고 장기판을 빌려왔다. 대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시간 때우기로는 제격이었다. 황씨와 김씨는 종묘공원의 구석진 곳으로 갔다. 공원을 거니는 젊은이들은 자리 남는 편한 곳에 앉아도 되지만 노인들은 암묵적인 서열에 따라 자리에 앉게 돼있었다.

 

종묘공원을 20년이나 애용한 한 노인이 황씨에게 일러준 것이었다.

“20년 전만해도 서울 애들이 잡고 있던 곳인데 어는 순간 지방 애들이 돌아다니면서 싸움도 하고 구역을 형성했어. 나 같은 사람은 좋은 자리에 앉을 수도 없어. 그러다 한 대 맞을 수 있거든...”

 

황씨야 시간 때우기로 하는 장기지만 노인들 속엔 속칭 들도 있었다. 눈빛부터 다른 그들은 내기 장기와 바둑으로 종묘공원 노인들의 돈을 뜯어갔다.

 

한두 판 장기를 두고 있으면 구경하는 노인들이 어느덧 주위에 몰려들었다. 뒤에서 훈수를 두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자존심이 걸린 한판에 훈수 둔다며 싸움이 일기도 했다.

 

사람들 틈 속에서 장기를 두자니 햇볕도 못 쬐고 황씨는 답답해 장기를 무르고 주변 벤치에 가서 앉았다. 멍하니 비둘기가 걸어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앞뒤로 흔들거리는 비둘기 머리를 보고 있자니 세상이 어지럽게 보였다.

 

/사진=픽사베이
오빠, 나한테 좋은 약 있는데 하나 써볼래?”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진한 화장으로 나이를 감추려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오빠도 남자잖아. 이거 비아그란데, 병원에서 처방받고 약국 가서 사면 비싼 거 알지? 내 사촌동생이 성 병원 원장이라서 내가 싸게 파는 거야. 오빠 하나 살래?”

 

황씨는 물끄러미 50대는 넘어섰을 그 여성을 쳐다봤다. 억지미소를 짓는 그 여성의 짜글짜글한 주름이 황씨의 마음을 안쓰럽게 했다. 말없이 비둘기 떼로 시선을 돌리자 여성도 이내 다른 노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겉보기엔 평온하고 한적해 보이는 종묘공원이었지만 실상은 무기력하고 때론 폭력이 때론 불법적인 물건이 거래되는 곳이었다.

 

김씨가 다가왔다.

 

황씨 밥 올 때 됐어. 어서 가서 기다리자. 늦으면 또 반찬도 없을 걸

 

황씨가 시계를 들었다. 시계 알이 세월을 타는 건지 눈이 흐릿해진 건지 시간을 정확하게 볼 순 없지만 대충 보이는 걸로 봐서 무료 밥을 나눠주기까지 한 시간은 남은 시각이었다.

 

밥을 받는 장소로 가니 이미 수십 명의 노인들이 줄서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엔 시작과 끝을 구분할 수 없는 노인 무리가 목적 없이 한 줄로 멍하니 서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밥을 먹고 또다시 장기를 두다 황씨는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공원 내 화장실도 있지만 공원 근처 건물의 화장실을 자주 애용했다. 터벅터벅 공원 옆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오빠, 노래방 갈래? 노래방 가서 술 한잔 먹으면서 우리 연애하자

 

아까와 다른 여성이었지만 황씨 눈엔 목소리만 다를 뿐 똑같은 사람으로 보였다. 일명 박카스 아줌마라고 불리는 이 여성들은 종묘공원 내 노인들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노인은 자랑스레 박카스 아줌마와의 일담을 떠벌리기도 했고 어떤 노인은 속절없이 당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코스는 이랬다. 박카스 한 병 들이밀며 직접적으로 연애를 하자고 하거나 노래방이나 커피 한잔으로 노인들을 유혹했다. 막상 술을 먹고 노래방에 가면 박카스 아줌마들은 직접적인 장사를 했다. 가슴을 만지면 오천 원, 더 은밀한 곳을 만지면 만 원. 노래방이 끝나면 아예 여관을 잡고 돈을 받았다.

 

황씨는 또다시 말없이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한 여성이 집요하게 따라오며 뒤에서 무엇이라 말을 계속했지만 황씨는 듣지 않았다. 그저 목적 없는 하루의 몇 안 되는 목적지로 향할 뿐이었다.

 

자주 애용하는 허름한 건물의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금 종묘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햇살이 밝았다. 하지만 그 햇살은 저쪽의 노인들을 비춰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멍하니 비둘기를 보거나 지나가는 차를 무심히 쳐다보는 노인의 모습은 황씨의 모습이었다. 그들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불법 약 판매원이나 박카스 아줌마도 결국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종묘공원은 한적하고 평온해 보이는 공원이지만 실상은 지독하게 외롭고 무기력한 곳이었다. 노인들의 알력 싸움도 존재하고, 불법 의약품 판매와 성매매가 쉽게 발생하는 곳이었다. 종묘공원에 오는 모든 노인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갈 곳 없는 노인들은 오늘도 그 곳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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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종묘공원 일대에서 극성을 부리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척결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혜화경찰서에서 서울시, 서울메트로, 서울시어른상담센터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했다.

 

세계문화 유산인 종묘공원과 종로3가 일대가 불법 의약품 판매와 성매매, 음주로 인한 폭행 등 무질서로 공원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종묘탑골공원 일대에서 북 콘서트를 개최하고 실버극장을 운영해 어르신들의 여가문화생활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어른상담센터는 성 상담소를 운영, 노인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의료상담과 지원을 병행한다.

 

지하철경찰대는 서울시 지하철보안관과 함께 종로3가역사 내 불법 의약품 판매와 음주 소란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관계기관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깨끗한 공원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ap=1#2015.03.30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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