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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조기 퇴진설’…1984년 정부 대책마련 바빴다

‘김일성 조기 퇴진설’…1984년 정부 대책마련 바빴다

기사승인 2015. 03. 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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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공개] 김정일 권력 이양가능성…권력승계비판, 무력도발대비, 남북교류검토 등
전두환김일성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1984년 제기된 ‘김일성 연내 퇴진설’과 관련해 김정일로의 조기 권력 이양가능성을 염두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마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84년 ‘김일성 연내 퇴진설’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당시 정부는 김정일로의 조기 권력이양 가능성을 염두하고 권력승계 비판·대남도발 대비·남북교류 검토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마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1984년 5~6월 진행된 김일성의 소련·동유럽 순방이 사실상 ‘고별 방문’ 성격이 짙다고 보고 김정일로의 조기 권력 이양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그해 6월 23일 일본 외무성 북동아과장은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과장에게 ‘김일성이 머지않아 주석직에서 은퇴하고 김정일이 주석이 될 것’이라는 정보를 알렸다.

이는 김일성의 직전 방문지였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외무성 고위 관리가 현지 일본대사관 고위직에게 말한 정보가 그 근거였다.

불가리아 고관은 ‘1985년에는 김정일이 주석이 돼 있을 것이라 한다’고, 루마니아 고관은 ‘이번 소련·동구 방문은 김(일성)이 머지않아 은퇴, 김정일에게 뒤를 물려주기 위한 준비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주일 한국대사관은 보고했다.

정부는 김일성 자신이 불가리아·루마니아 방문에서 ‘조기 은퇴설’을 표명했다고 보고 퇴임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책 논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84년 7월 11일 박세직 당시 안기부 제2차장이 주재하고 청와대·총리실·외무부·내무부·국방부·통일원·문화공보부 등이 참여하는 실무국장회의를 열었다.

우선 정부는 김일성 생존시와 사망시 두 경우로 나눠 문공부 장관이 발표할 김정일 권력 승계 관련 대북 성명의 골자도 마련했다.

특히 대외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비정통성에 대해 ‘은밀한 홍보활동’을 편다는 내용을 대책에 포함했다. 서방뿐만 아니라 공산권 사회도 김정일의 권력 세습을 인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군(軍) 내부에서는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일이 대남 무력 도발을 감행할 구체적 시기를 예상하기도 했다.

국방정보본부는 1984년 7월10일 작성한 ‘김정일 권력승계에 따른 대남도발 위험성 판단 및 대비책’ 문건에서 “88년 한미 대통령 선거기, 1988년 올림픽 개최 및 북한군 훈련 양상 등의 면에서 88년 4월이 가장 취약하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남북교류 추진을 위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무부가 그해 8월 작성한 ‘외무부 대책’에는 김일성 퇴진 직후 1개월은 김일성을 집중적으로 규탄하되 이후 1~2개월은 대북 비방을 전면 중지하고 아웅산 사건에 대한 거론을 일단 유보한다는 내용이 있다.

김정일은 실제로 후계자 지위를 대외에 공식화한 1980년 10월 이후 막후 통치자로 군림했으며 김일성은 상징적 존재로 점차 실권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기 이전까지 김정일로의 공식적 정권 이양은 이뤄지지 않았다.

퇴임설이 제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84년 10월 해리엇 아이솜 당시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에게 “외교 문제에 관한 김일성이 강력한 권한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조짐도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솜 과장은 이시바시 마사시(石橋政嗣) 일본 사회당 위원장이 방북시 김정일을 면담하지 못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하고 “최근 일련의 동향으로 볼 때 김정일이 실권을 장악했다는 일반적 평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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