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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고재호 대우조선 사장이 산은에 내놓은 카드

[기자의눈]고재호 대우조선 사장이 산은에 내놓은 카드

기사승인 2015. 03. 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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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병일
박병일 산업부 기자
대우조선해양 차기사장 인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장 선임의 전권을 잡고 있는 산업은행이 사장인선과 관련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을 내놓은 것 말고는 수개월째 도도리 표만 찍고 있다.

산은은 고영렬 부사장과 박동혁 부사장 등 하마평이 흘러나왔던 인물들과 함께 고재호 사장에 대해 차기 사장 ‘부적격’ 대상이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사장을 놓고 혼탁과열 양상이 일어났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 대우조선해양 사장선임과 관련 이런 저런 하마평들이 쏟아지며 혼란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상황을 자초한 주체가 대우조선해양은 아니라는 점이다. 곱씹어보면 그 시작은 대우조선해양 등 업계가 아닌 산은이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하다.

업계는 장기프로젝트가 많은 조선업계 특성상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고 사장의 역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산은과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올해 초부터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 건은 업계의 최대 이슈중 하나였다. 사장 인선과 관련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산은에 대한 원망의 소리는 높아졌고, 이를 의식한 듯 산은은 자신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비공식적인 대답만 내놓을 뿐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입장에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벌써 4분의 1이 지나가 버렸고 산은의 미지근한 대처로 2015년이 5개월이나 지난 후에야 사장 인선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년의 반을 허공으로 날려 버린 대우조선해양은 말 그대로 ‘식물인간’이 돼 버렸다.

확실한 사장이 없는 상황에서 수주도 답보상태고, 옥포조선소에 바쁘게 선박제작에 몰두해야 할 근로자들은 힘이 빠질 대로 빠졌다. 연초에 있어야 할 조직인사도 올 스톱된데다 올해 사업계획도 공중으로 떠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고 사장이 ‘코마(coma)’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산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고, 이날 열리는 주주총회가 끝난 후 이르면 다음달 1일 비상경영 실행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 사장은 미뤄졌던 조직인사 뿐 아니라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핸 기존 영업·기술·조달·설계 등으로 나눠져 있던 사업부문을 선박사업본부와 해양사업본부로 개편하는 등 강력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쪽에서 조직개편을 소규모로 진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고 사장은 밀어 붙이는 모습이다. 업계는 고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주총이 열리는 이날도 서울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산은의 낙하산 인사와 정치권 개입 반대를 목청 높여 외치고 있다. 산은이라는 갑(甲)이 또 다른 ‘갑’을 핑계로 1만3600명에 달하는 근로자의 힘을 빼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이 17%를 넘게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보이고 있는 산은과 정치권의 태도는 기업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알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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