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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총성없는 문화외교戰’ 일본에 또 밀리나

[취재뒷담화] ‘총성없는 문화외교戰’ 일본에 또 밀리나

기사승인 2015. 03. 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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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옥섬' 하시마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정부 '속수무책·수수방관'
하시마
일본 나가사키 현에 위치한 하시마 섬 /사진=KBS 캡쳐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옳다고 최종 판단하면 분명한 중심과 균형 감각을 갖고 휘둘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하지만 과연 외교부가 국익을 위한 외교를 하고 있는지는 물음표만 남는다.

31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하시마 섬과 다카시마 탄광, 나가사키조선소 등 일본 내 지역과 시설물 등 28곳을 오는 6~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적극 뛰고 있다. 이들 중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한(恨)이 서려있는 11곳이 대거 포함됐다.

하시마 섬은 일제 강점기 시절 ‘죽기 전에는 나오지 못한다’고 해 ‘지옥섬’으로 불렸던 곳이다. 섬의 지하 1000m 탄광에서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800명은 일본 패전 때까지 굶주림과 중노동, 가혹 행위에 시달렸고 사망자만 12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어두운 과거는 감쪽같이 감추고 일본 근대화를 상징하는 탄광으로 포장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심지어 일본 언론은 상당수가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99년말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배출했고, 유네스코 예산 분담금 사실상 1위 국가인 만큼 총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이 이 같은 역사왜곡 만행을 저지르는 데에는 여기서 오는 자신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외교실세로 꼽히는 사토 구니(佐藤地)를 유네스코 일본대표부 특명전권대사에 임명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반면 유네스코 한국대표부 지도부는 공백 상태다. 최종문 외교부 장관특별보좌관이 ‘유네스코 협력대표’로 파견됐지만 임시직에 불과하다. 일본 공세에 수수방관하는 것인지 속수무책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책략(策略)면에서 일본에 한참 뒤떨어진다.

우리 정부는 6월 28일~7월 8일 기간 동안 세계유산위원회 총회 투표권을 가진 21개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치밀한 외교적 설득 작업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막강한 영향력에 과연 한국편을 들어줄 나라가 몇이나 있을까 우려된다.

윤 장관은 지난해 초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움직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대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런데 등재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유네스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달 중순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사직했고 공사도 지난달 말께 귀임한 상황이다. 등재 반대를 피력했던 윤 장관의 발언이 무색해진다.

정부는 유네스코 외에도 4월 일본의 역사교과서 검정, ‘위안부는 인신매매 피해자’라며 책임을 피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연설, 8월 아베 담화 발표 등 일본과 각종 역사·문화 외교전쟁을 치러야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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