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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대규모 기계화 농업으로 통일전진기지 만들자”

“연해주, 대규모 기계화 농업으로 통일전진기지 만들자”

기사승인 2015. 04. 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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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통일 전진기지, 러 연해주 농업경제특구 현장을 가다
한·러 철도 연결되면 통일대박 지름길...한반도 정치상황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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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지는 연해주의 기름진 옥토, 아스라히 지평선이 보인다./사진=최영재 기자
(재)국제농업개발원과 아시아투데이는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근교 대농장을 기행 탐방했다.

강원도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 24시간 항해를 한 뒤 연해주 대농장 시찰단은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했다. 동해항에서 북쪽으로 가는 항로는 남쪽으로 내려오는 한류(寒流)를 거슬러 항해해야 한다. 12000톤급 여객선도 피칭(앞뒤로 흔들림)과 롤링(양옆으로 흔들림)을 거듭해 시찰단은 배멀미를 하며 녹초가 됐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수리스크로 이동해 이날 저녁 여독을 풀었다. 3월 24일 아침 우수리스크 호텔에서 시찰단은 버스편으로 연해주 대농장 시찰에 나섰다.

연해주는 광활했다. 드넓은 지평선, 산이라고 해봐야 언덕 정도의 둔덕이 전부다. 땅은 평평했고 당장 곡식을 심어도 좋을 기름진 대지였다. 손으로 흙을 만져보니 돌 한 덩이 없이 푹신했다. 습기를 촉촉이 머금은 것이 농사꾼들이 보면 ‘환장’할 만한 땅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을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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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평야의 기름진 옥토, 돌한덩이 없는 이 땅들은 지력이 좋아 어떤 농산물도 재배할 수 있을 정도다/사진=최영재 기자
시찰단과 함께 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이 정도의 흙이면 어떤 곡식과 채소도 경작이 가능하다. 땅을 많이 놀렸기 때문에 지력도 좋은 것 같고 보습성이 있어 논농사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이 넓은 평야가 대부분 놀고 있다는 점이다. 연해주의 전체 농지는 70만 ㏊다. 개간 가능한 땅이 300만 ㏊인데 견주어 불과 20% 남짓만 경작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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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리스크에서 중·러 국경이 있는 항카호수 부근까지 가는 길은 대부분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었다. 1시간 30분 동안 버스 창가로 펼쳐지는 모두 기름진 옥토였다/사진=최영재 기자
실제로 연해주 최대의 농업지역으로 꼽히는 우스리스크에서 중·러 국경이 있는 항카호수 부근까지 가는 길은 대부분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었다. 1시간 30분 동안 버스 창가로 펼쳐지는 모두 기름진 옥토였다. 인구 5000만인 우리나라의 전체 경작지는 180만㏊다. 비교하면 170여만명이 거주하는 연해주의 농경지가 우리의 2배 가까운 규모인 셈이다.

150년전 우리 선조들이 기아와 학정을 피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온 연해주 땅. 선조들은 곡괭이와 호미만 들고 이 너른 땅을 일군 연해주 농업의 선구자들이었다. 처음 고려인들이 연해주 땅에 들어섰을 때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토양은 기름졌다. 우리 선조들은 그 땅에서 보리·귀리·옥수수·콩 등을 심어 큰 수확을 거뒀고, 벼농사를 짓기에는 적절치 않은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쌀 재배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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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현대 농장에서 이창준 국제농업개발원 블라디보스토크 지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연해주 농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최영재 기자
이와 관련, 이창준 국제농업개발원 블라디보스토크 지사장은 이곳 연해주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대규모 기계화농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하듯이 집약적인 농업은 연해주에서는 통하지 않으며 미국이나 호주처럼 드넓은 평야에 기계로 농사를 짓는 대규모 농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이 이곳으로 돌아와 텃밭을 가꾸는 등 가족 중심의 소규모 농업을 시도해보았지만 경쟁력이 없었다. 이 지사장은 때문에 대규모 기계화 농업이 연해주에 적합한 농업형태라고 설명했다.

연해주는 개간 가능한 땅이 300만㏊인데 비해 불과 20% 남짓만 경작되고 있다. 곡물가가 낮아 경제성이 없어서 놀리고 있고, 고려인을 포함한 거주민들도 농사에 큰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 이는 역으로 곡물 가격이 높아져 경쟁력이 생기면 언제든 농지로 활용할 수 있는 ‘한계 농지’가 무려 230만㏊라는 얘기가 된다.

시찰단은 연해주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는 현대중공업이 경영하고 있는 연해주 현대농장을 찾았다. 현대농장은 우스리스크에서 항카 호수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여 가량 떨어져 있는 평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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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현대 농장의 농업장비들. 이런 기계화농업을 해야만 연해주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사진=최영재 기자
현대농장은 여의도의 77배 면적인 2만㏊의 농지를 확보해 놓고, 현재 1만㏊에서 콩과 옥수수를 생산하고 있다. 아직은 초창기여서 수확량은 올해 목표치가 2만t에 불과하다. 현재 콩과 옥수수의 국제 시세로 보면 매출 100억원 규모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이 농지를 이용해 최대 수확할 수 있는 곡물량은 30만t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농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해주 현대농장은 콩과 옥수수를 가장 재배하기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급이 가장 안되는 곡물이 콩과 옥수수다. 옥수수는 거의 전량을, 콩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반도 종단 철도와 유라시아 철도가 연결 운행돼 물류비용를 대폭 절약하면서 연해주의 콩과 옥수수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공급될 수 있다. 말 그대로 해외 식량기지가 되는 셈이다.

곡물가격이 낮아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 대단위 농업도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전세계의 식량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선 중국과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곡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볼 때 곡물가격이 경쟁력을 갖게 될 날은 그리 멀지 않다. 연해주의 한계 농지가 절대 농지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누가 선점해 나가냐에 따라 향후 식량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가 결정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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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현대 농장의 러시아 현지 고용인들이 농업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최영재 기자
현재 우리 나라의 자본이 연해주에 진출해 대규모 농사를 짓는 곳은 연해주 현대농장과 아그로 상생 등이다. 고합그룹이 초기에 진출했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사정이 어려워져 현재는 손을 놓고 있다.

이 농장의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금석호 상무는 이와 관련, “연해주 현대농장에서 현재까지는 그리 큰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곳에 농장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구상대로 한국 정부의 유라시아 정책과 러시아 신동방정책의 핵심인 유라시아 철도 구상은 연해주를 극동지역의 전략적 중심지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연해주 최남단 국경도시인 하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철도청과 포스코, 코레일, 현대상선물류사업부문이 북한의 나진과 연해주의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키로 한 것은 남·북·러 간 경제협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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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의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항/사진=최영재 기자 ,
현재 나진~하산 철도 연결사업은 단선 연결이 완료돼 이미 시범 운행을 성공적으로 끝낸 상태다. 우리 기업들은 이 구간의 복선화와 간이역 증설 등을 위한 신규 투자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말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울러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를 북한을 거쳐 연결하는 송유관 사업도 유라시아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는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이지만 한반도의 정치상황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의 안보문제 때문이다.

또한 미국발 셰일 가스 혁명 등 국제가스시장 지각변동 등도 감안해야할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유관 사업은 물류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는 에너지원의 다각화와 안정적 공급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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