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암여고 탐정단’ 강민아, “촌스러운 안경에 삼각김밥 머리…독특해서 더 좋았다”

강민아/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은 학원물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이었다.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성향과 말투, 수시로 등장하는 효과음이나 한 편의 애니메이션과도 같은 연출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하지만 '선암여고 탐정단'이 다룬 학교폭력·10대의 임신과 낙태·동성애 등의 사회적 문제를 바탕으로 한 소재들은 시청자들을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했다. 

그만큼 배우들 역시 '코믹'과 '정극'의 경계선에서 적절한 줄타기를 해야 했다. '선암여고 탐정단'에는 연기 경력이 짧거나 전무한 신인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방송 전부터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이들은 모두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맡은 역할들을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그 중에서도 분명 낯이 익지만 아직은 누군지 잘 모르겠는, 탐정단 리더 윤미도 역을 맡은 강민아는 특히나 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강민아는 벌써 7년째 배우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그에게 '선암여고 탐정단'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느 작품보다 특별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 배우로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았고, 그가 연기한 윤미도가 여타 작품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괴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호흡이 긴 작품이 처음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정말 많이 고전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보약도 먹고 링거도 맞으면서 체력 관리를 했다던데, 저는 처음이라 그런 걸 전혀 모르고 무조건 버티기만 했거든요. 경험이 많아야 그런 것도 잘 챙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미도의 말투가 사극 톤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군대 말투 같기도 한데요. 사실 참고할만한 캐릭터가 전혀 없어서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어떤 말투로 연기를 할 것인지 정한 후에도 좀처럼 입에 붙지 않아 고생했고요.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것도 조금은 민망했지만 재밌는 기억으로 남았어요."

동그란 안경과 촌스러운 '삼각김밥' 머리로 타고난 미모를 가려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는지 묻자, 강민아는 "오히려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직접 만난 강민아는 가녀린 체구와 조막만한 얼굴, 큼지막한 이목구비에 상큼한 눈웃음까지 겸비하고 있어 인형 같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예쁜 모습이었다.

"원작 소설에 미도는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다는 설정이 있어서,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했어요. 제 나이보다 훨씬 성숙하게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머리를 자른 후에 그나마 좀 어려 보인다는 소릴 들어서 만족스러워요.(웃음) 연기를 하다 보면 예쁘거나 청순한 역할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미도 같은 캐릭터는 흔하지 않아서, 망가지는 걸 걱정하기보다는 그저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역 배우들에 비해 강민아의 대중적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조바심이 나고 다른 배우들에 대한 질투심을 느낄 법도 하지만, 강민아는 오히려 느긋한 모습이었다.

"지금 유명한 친구들, 예를 들면 이번 작품에 같이 출연한 (진)지희만 해도 경력이 12년차예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쏟았으니까 더 잘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에 비하면 전 이 일도 늦게 시작한 편이고, 아직 갈 길도 멀어요. 남을 질투하기보다는,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지금의 제가 할 일인 것 같아요."

내년이면 '아역'이란 수식어를 떼게 되는 강민아의 현재 목표는 권태기가 오지 않도록 연기에 대한 애정을 이어가는 것. 그리고 배우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는 없으면 허전한, 늘 찾게 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만큼 앞으로도 지금처럼 연기에 대한 마음을 유지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든 영화든 안 나오면 궁금하고 다음 작품도 또 찾아보게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요? 배울 점이 많은 중년 선배님과 의외의 조합을 이뤄보고 싶어요. 그리고 남자다운 사람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본 '힐러'의 지창욱 선배가 참 멋지더라고요. 그렇게 잘 생긴 분과 연기를 해보는 것도 물론 좋을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