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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신 신치용 감독님! 이제 다른 팀으로 이적해보시는 건 어때요?

위대하신 신치용 감독님! 이제 다른 팀으로 이적해보시는 건 어때요?

기사승인 2015. 04. 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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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사령탑 신치용 감독(60)은 실업리그 시절부터 팀을 지켜오고 있다. 1995년 창단 팀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후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사령탑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그의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96-1997 슈퍼리그부터 참가한 삼성화재는 데뷔 첫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2002-2003 시즌까지 슈퍼리그 7연패를 달성했다. 이후 프로배구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 세미프로 형식으로 진행된 2004 V-Tour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배구가 프로로 전환된 이후에도 삼성화재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첫 시즌인 2005 V-리그에서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꺾고 초대 챔피언이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후 2005-2006·2006-2007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지만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7연패를 차지하며 한국 배구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2014-2015 시즌에는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의 새내기 돌풍을 막아내지 못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삼성화재를 약체로 분류할 이는 없다. 삼성화재는 이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삼성화재는 팀 창단 이후 겨울리그 결승전을 놓쳐본 일이 없다. 최하가 준우승이라는 이야기.

△ ‘싹쓸이론’ ‘몰빵론’의 피해자
이처럼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을 작성한 신 감독이지만 그에 대한 비판론도 존재한다. 슈퍼리그 시절에는 우수 선수 ‘싹쓸이’, V-리그 때는 외국인선수 ‘몰빵’이 그것이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창단 당시부터 김세진(한양대), 신진식(성균관대) 등 대학 무대를 주름잡고 있던 스타급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트에 성공했다. 그 와중에 다른 팀들은 삼성화재의 무차별적인 선수 영입을 눈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신 감독은 “스타급 선수들도 혹독한 훈련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자세로 팀을 하나로 만들어 정상에 올려놨으나 “저 정도로 우승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아냥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삼성화재가 독주하던 슈퍼리그는 2002-2003 시즌 LG화재가 참가를 포기하는 등 파행에 이르기도 했다. 77연승이라는 위업은 ‘선수빨’이라는 오명으로 가치가 퇴색되기도 했다.

이후 프로로 출범한 배구계에서는 삼성화재가 슈퍼리그만큼 힘을 쓰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에게 두 시즌 연속 우승컵을 내줬을 때는 삼성화재의 독주가 끝났다고 환영하는 팬 여론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를 대폭 활용해 다시금 우승 행렬을 이어갔다. 2007-2008 시즌부터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더니 2009-2010 시즌부터는 가빈 슈미트(캐나다)로 세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2012-2013·2013-2014 시즌에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쿠바)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를 통해 삼성화재는 ‘젤코화재’ ‘가빈화재’ ‘레오화재’ 등의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 선수들은 결코 이름값이 높지 않았다. 가빈은 현대캐피탈 입단 테스트에서 탈락했고, 레오는 조국 쿠바를 탈출해 2년 동안 제대로 된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다. 안젤코도 2011-2012 시즌 KEPCO에서 뛸 당시에는 삼성화재 시절 만큼의 기량을 선보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몰빵’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은 공격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리시브와 토스로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보조해준 국내 선수들의 공이 컸다.

△ 모든 결과는 훈련과 생활 관리에서 비롯
이렇듯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조화를 만들어낸 삼성화재의 저력은 신 감독의 고된 훈련, 그리고 생활 관리에서 비롯된다.

선수들은 예외 없이 강도 높은 리시브·토스 훈련을 받아야 한다. 시즌 중에는 밤 11시 이후 휴대폰과 노트북을 반납한 뒤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특히 프로 통산 8회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동안 삼성화재는 드래프트 순위에서 늘 뒤로 밀려 최상위 랭킹의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로지 신 감독의 철학을 바탕으로 최강자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렇기에 ‘삼성화재가 신치용이고, 신치용이 삼성화재’라는 공식이 자리할 수 있었다.

△ “감독님, 다른 팀으로 이적해보는 건 어때요? 우리카드!”
그러나 한국 배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신 감독의 다른 팀 이적을 상상해본다. 신 감독이 그동안의 비판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다른 팀에서 자신의 지도 철학을 선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2014-2015 시즌이 끝난 2일 현재 현대캐피탈과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이 각각 최태웅 감독 선임, 신영철 감독 유임으로 가닥을 잡아 만일 신 감독이 다른 팀으로 간다면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구미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아산 우리카드 한새 등이 후보팀으로 거론될 것이다.

그중 우리카드는 모기업이 팀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해 존속이 불투명한 상태. 그렇기에 신 감독의 이적을 강하게 희망해본다. 팀 매각을 위해서는 성적이 밑바탕이 돼야 하는데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 신 감독이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팀 전력의 주축인 신영석을 현대캐피탈로 몰래 트레이드시켜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있다. 비난만이 문제가 아니라 팀을 인수하겠다고 나올 기업이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선수단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으면 매각 절차도 한층 수월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카드는 아직 최홍석(레프트), 김정환(라이트), 김광국(세터) 등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잔류해 있으며 외국인 선수만 확실하게 선발한다면 결코 삼성화재에 비해 처지는 전력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선수빨’ ‘모기업빨’ ‘용병빨’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던 신 감독도 배구계에 만연한 자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위기에 빠진 리그를 살렸다는 업적도 함께 세울 수 있다.

실제로 신 감독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미 그는 삼성그룹에서 임원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 또한 삼성화재는 비록 올해 우승컵을 놓쳤지만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다만 우리카드 사태로 한국 배구가 위기에 처한 지금 신 감독이 대승적으로 이적을 결심한다면 한국 배구가 내놓을 수 있는 스토리가 더욱 풍성해져 대표적인 국내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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