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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철강업계 CEO,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 또 ‘조심’

[취재뒷담화] 철강업계 CEO,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 또 ‘조심’

기사승인 2015. 04.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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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사정당국의 기업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사정당국의 칼 끝이 자신들을 겨누지 않기만을 바라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첫 타깃(?)이 됐던 포스코나 본사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당한 동국제강은 그 속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공교롭게도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 기업사정정국의 전면에 놓여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속 앓이가 여간 아니다.

검찰의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권 회장과 장 회장은 군복무 시절 병장의 심정으로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수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권 회장은 지난달 13일 검찰의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이후 이렇다 할 외부 활동을 펼치지 않고 있다. 이달 1일 포스코 창립 47주년을 맞아 서울 동작 국립현충원을 찾아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소에서 참배한 것이 공식외부 행사의 전부다.

당시에도 “의혹이 조속히 해소되도록 검찰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올해 만족할 수 있는 사업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다였다.

권 회장은 현재 진행중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유치와 관련해 사업적 성과 내기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그룹구조조정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재계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이후 진행하고 있는 포스코 거래 업체 코스틸의 수사가 그룹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권 회장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권 회장의 운신의 폭은 생각보다 크게 위축됐다. 심지어 권 회장은 이달초 자신이 직접 챙겨 진행하려 하던 귀빈 팹(제철소) 투어도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1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기업자금 횡령으로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본사와 자택 압수수색까지 당한 장 회장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검찰이 동국제강 본사 압수수색 이후 장 회장의 소환 등 추가적인 제스처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동국제강 내부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돌고 있다. 언제 어떻게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본사로 출근하며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동국제강 말고도 지금의 사정정국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 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과 함께 철강업계 빅 3중 한곳인 현대제철이다. 현대하이스코 합병이라는 빅이벤트도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최대한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인천 공장 인사사고 당시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던 것도 어찌 보면 이런 심정이 녹아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권 회장과 장 회장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전략 수립에 집중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잘나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현대제철도 내부적으로 말이나 행동 하나에 덩달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철강업계의 사정한파. 검찰이 하루 빨리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공정하고 조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국가 경제의 기반산업인 철강업계가 재도약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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