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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사망 30대 여성 ‘마지막 길’에 이민간 언니 찾아준 경찰

결핵 사망 30대 여성 ‘마지막 길’에 이민간 언니 찾아준 경찰

기사승인 2015. 04. 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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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방 수소문 끝 미국에 사는 언니 찾기 성공
경찰
혈육인 언니가 미국으로 이민 간 후 홀로 고시원에서 살다가 결핵에 걸려 숨진 3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언니의 배웅 속에 마지막 가는 길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사연은 지난 6일 낮 김모씨(36)가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에 직접 찾아와 ‘여자친구가 결핵으로 죽어가는데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언니가 유일한 혈육이니 꼭 찾아달라’고 호소한 데서 시작한다.

정모씨(34·여)는 2년 전 언니가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떠난 후 관악구 신림동의 한 원룸에서 홀로 생활했다. 어머니는 20여년 전에 가족을 떠나 연락이 끊겼고 아버지는 3년 전에 숨졌다.

언니는 한국에 혼자 남는 동생이 안쓰러워 함께 가자고 제의했지만 정씨는 ‘언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홀로 남았다. 이후 언니와의 연락도 뜸해졌다.

또 그 즈음부터 남자친구 김씨와도 연락이 잘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는 3일에서야 정씨가 살던 고시원 주인의 연락을 받았다. 정씨가 결핵에 걸려 2주 동안 전혀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채 움직이지도 못하고 죽어간다는 것.

고시원으로 찾아간 김씨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정씨를 발견해 바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의사는 이미 결핵균이 온몸으로 퍼져 며칠을 더 살기 어렵다며 ‘사형 선고’를 내렸다. 결국 정씨는 6일 밤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김씨가 정씨의 가족에 대해 아는 정보는 언니의 이름, 언니가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갔다는 것뿐. 그러나 딱한 사정을 들은 신림지구대 황재혁 경장(30)과 허정규 경위(57)는 정씨 언니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정씨가 살던 고시원 방에 가봐도 단서가 될만한 것이 없었다.

황 경장은 그날 밤 바로 외교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는 한편 외교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미국의 한인단체, 미주 한인언론사 50곳에 일일이 메일을 썼다.

메일을 받은 교민들에게서 하나둘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각 지역 한인회장과 미주 한인언론 기자 등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겠다며 나서기 시작했다. 이 사연은 현지 신문이나 라디오에도 퍼졌다.

드디어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이 정씨의 언니가 미국인과 결혼해 성이 바뀌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민자의 생년월일과 입국일을 대조해 확인 끝에 정씨 언니를 찾아냈다.

정씨의 언니는 16일 신림지구대에 전화해 “소식을 들었다”며 “곧 동생의 장례를 치르러 가겠다”고 오열했다.

황 경장은 19일 “고인이 언니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에게도, 미국 교포에게도 전달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언니를 찾아 고인이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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