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심층취재] 법질서 후진국 오명 벗어날 방법은

[심층취재] 법질서 후진국 오명 벗어날 방법은

기사승인 2015. 04. 21. 08:4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부 차원 법교육 효과 미미...정규교육 과정 법교육 절실
오는 25일은 법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을 준수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법의 소중함을 생각하기위해 만든 날이다. 하지만 현실 속 법은 국민들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세계은행(WB)이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법질서 지수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9년, 2010년 40위에서 2012년 44위로 하락했고 2013년에는 46위까지 밀렸다. 법무부가 2005년부터 법교육 연구위원회를 통해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법교육(LRE:Law-Related Education)을 추진한지 10년이 되었지만 뚜렷한 효과는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장 큰 규모의 법교육은 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에서 실시하고 있는 법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초·중·고교생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헌법토론대회·생활법 퀴즈대회·모의재판대회·고교생 생활법 경시대회 등이 있다. 또한 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법사랑 서포터즈’ 모집해 블로그나 UCC 제작 등을 통해 일반시민에게 법교육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법교육 출장강연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와는 별도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산하 법문화교육센터(센터장 이기호)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법문화교육 프로그램 및 체험관을 운영하여 시민들의 법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다양하고 많은 법교육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사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찾아보지 않는 이상 경험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헌법 바로 알기 사업’에 1억1200만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해 초·중·고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헌법과 헌재에 관한 글·그림·사진·노래·UCC 등을 공모해 우수작을 시상하는 ‘헌법사랑 공모전’을 계획했다. 4월 6일부터 접수를 시작했지만 일반인들이 이 공모전이 시행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통로는 극히 제한돼 있다. 직접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들어가거나 이 공모전을 후원하는 신문사의 광고를 보지 못하면 이런 법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가기 일쑤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법무부, 매일경제신문이 함께 주최한 헌법을 만들어 보는 ‘제5회 우리 헌법 공모전’에는 총 1588편이 응모됐다. 이 가운데 가정헌법 부문은 900편, 학급헌법 부문은 667편이었으나 직장헌법 부문은 21편에 불과했다.

정규교육 과정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교육 실태는 더욱 암담하다. 초·중·고등학교 정규교육 과정 중 법을 주제로 한 과목은 고등학교의 ‘법과 정치’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과목은 수능의 사회탐구영역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다. 2014년 응시자수는 3만8203명, 2015년에는 3만1056명으로 전체 약 65만명의 수험생 중 4%가 이 과목을 선택했다. 이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정규교육 과정에서 법을 배울 기회가 현저히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육부와 법무부가 학교 내에서 의무로 실시하고 있는 법 관련 교육은 학교폭력예방교육,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에 한정돼 있다.

세계 최초로 법의 날을 제정한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법교육이 주로 학자·민간단체 등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성장했다. 법·민주주의·인권에 관한 보다 실천적이고 참여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비정부기구(NGO)인 스트리트 로(STREET LAW)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 및 교육자·변호사·로스쿨 학생·판사·법 집행 기관 인사·비행소년 전문가 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스트리트 로: 실제법 과정(A course in Practical Law)’라는 교과서를 개발했고, 고등학교의 모의재판 경연대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의 재판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사들이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70개여 로스쿨은 로스쿨생들이 지역사회의 학교에 찾아가 교사가 돼 학생들에게 법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법질서 준수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만 도달해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1% 추가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법교육은 법질서를 확립해 우리 시민들의 전반적인 삶에 대한 이해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향후 성장 정체를 해결하거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조정해 선진국으로 나가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무단횡단·음주운전·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떨어진 법질서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보다 실효성 있는 법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법교육 홍보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올해 제52주년 법의 날을 맞이해 각종 행사가 계획돼 있다. 종전 각 지방법원별로 법조인들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표창을 하던 관료적 행사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국민들을 위한 법친화적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법교육 테마파크인 솔로몬파크는 25일부터 이틀간 ‘법 페스티벌’과 ‘골든벨 법짱가족 선발대회’ 등을 개최하고, 몇몇 지방법원들과 지방검찰청은 시민참여법정이나 특별강연 등을 실시한다.

세계 각 나라의 관례를 따라 5월 1일이던 법의 날을 2003년부터 4월 25일로 변경됐다. 이 날이 근대적 사법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된 재판소구성법이 시행된 날이기 때문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