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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타이밍 안좋다는데”…눈치 보면서도 경매장은 ‘와글와글’

[르포] “타이밍 안좋다는데”…눈치 보면서도 경매장은 ‘와글와글’

기사승인 2015. 04. 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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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활황·전세난·저금리에 중소형 아파트 고가 낙찰 비일비재
경매장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개찰을 시작하겠습니다.”

어수선하던 경매장이 집행관의 말 한마디로 일시에 조용해졌다. 지난 21일 찾은 서울 서부지방법원 경매장에는 마포·서대문·용산·은평 일대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물건이 다양하게 나온 영향 때문인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현장에서 기자가 만난 사람들 모두가 입찰에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실거주용 아파트를 낙찰받기 위해 최근 경매를 시작했다는 사람들 일부는 생각보다 높은 낙찰가에 입찰 자체를 고민하고 있었고, 투자 목적으로 오랜 기간 시장을 지켜봤다는 부류는 분위기는 살피되 선뜻 나서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귀띔한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최근 낙찰가율이 100%를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해 경매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5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시중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싸게 집을 구입할 요량으로 최근 경매를 시작했는데 낙찰가를 보면 차라리 급매물을 사는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자동차 경매 등으로 수익을 낸 경험이 많다는 한 30대 남성은 “요즘은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 사람이 너무 몰려 입찰하기 적절한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 “하지만 분위기를 알기 위해 경매장은 꾸준히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경매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물건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아파트(전용면적 93㎡)였다. 감정가 3억500만원인 이 아파트에 총 14명의 입찰자가 몰려 경쟁한 가운데 낙찰가가 3억1339만원으로, 낙찰가율이 103%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실수요자들이 경매에도 많이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고가 낙찰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연구원은 “실수요자들의 유입으로 지난해 11월 무렵부터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치솟고 있어,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는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봐야한다”면서 “계속된 과열로 이달과 내달 경쟁률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간 학습효과로 낙찰가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부동산 경기 호조와 저금리 영향으로 경매가 취하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파트의 경우 굳이 경매가 아니어도 더 높은 가격으로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싼 은행 이자로 대출을 받아 우선 빚을 청산하면서 경매를 거둬들이는 경우도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입찰을 염두에 두었던 물건이 취하돼 발길을 돌리는 사람과 취하된 사실을 모르고 입찰에 나섰다가 입찰보증금을 돌려받는 사람도 꽤 많았다.

이 연구원은 “아파트의 경우 경매 취하로 매물 자체가 줄어든 점도 입찰경쟁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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