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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최후의 보루’ 페럼타워 4200억원 매각...유동성 문제 부담 덜까?

동국제강, ‘최후의 보루’ 페럼타워 4200억원 매각...유동성 문제 부담 덜까?

기사승인 2015. 04. 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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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가치 더 하락전에 선제적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노력
브라질CSP로 조단위 부담...올해 만기돌아오는 단기차입금만 1조1000억원
사진1(페럼타워)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동국제강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룹 사옥인 ‘페럼타워’를 매각한다.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속되는 수익성 악화와 브라질 CSP제철소 건립을 위해 대규모 장기차입금을 끌어들인 것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데 따른 결정이다.

재계는 동국제강 스스로 페럼타워를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했을 만큼 재무구조 개선에 자신감을 가졌던 터라 이번 결정이 현재 동국제강의 대내외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인식하고 있다.

24일 동국제강은 그룹 사옥인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42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패럼타워의 가치는 최소 20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까지로 예상돼 왔다. 일단 이번 매각으로 동국제강의 재무부담은 한시름 덜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측은 지난 1월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하며 207% 수준까지 높아졌던 부채비율(별도기준)을 이번에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8% 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올해 페럼타워 매각 등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로 재무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고, 철강사업 통합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펼쳐왔다. 동국제강이 페럼타워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좀처럼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재무부담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산은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차입금을 줄이는 등 현금흐름을 개선하는데 초첨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수반돼야 할 수익성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후판 등의 주 수요처인 조선업계가 어려움에 빠진데다 고로가 없어 수입의존도가 높은 스크랩과 슬래브와 관련된 비용 부담이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3년 8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동국제강은 지난해 204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순손익은 2011년 6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2년 2351억원, 2013년 1184억원, 지난해 292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2년 1조4239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2013년 1조2831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9987억원으로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차입금은 2013년과 지난해 5조원이 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단기차입금 3조7186억원, 장기차입금 1조4762억원 등 5조194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단기차입금은 전년(3조87억원)대비 7000억원이상 증가했다.

동국제강브라질 CSP
브라질 CSP제철소 건설 현장
재계는 동국제강이 페럼타워를 매각하는 것은 브라질CSP제철소가 본격 가동될 내년 6월까지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을 보이기 힘든 점과 총수리스크 등 대외변수에 직면한 것과 연계돼 건물가치가 더 하락하기 전, 매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페럼타워를 관리하는 페럼인프라는 지난해 11억원의 순손실과 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013년 대비 적자전환한 상태다.

하지만 지하 1·2층에 들어가 있는 식당가를 비롯해 지하 6층 지상 28층 규모의 페럼타워는 임대료 수입 등으로 나름 수익을 내고 있다. 실제 2016년까지 페럼타워 14층 558.68㎡(약 169평)를 사용하기로 한 SK텔레콤의 전세값이 3억920만원이라는 것을 고려해 단순계산하면 평당 18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페럼타워 건물관리비는 30억원이었다.

페럼타워 매각설은 동국제강이 산은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불거졌다. 장 회장은 당시 페럼타워 매각설을 일축했고, 남윤영 동국제강 사장 역시 페럼타워 매각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며 “제일 마지막에 고려할 사항”이라고 못을 박았다. 올해 초에도 장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아이템 중 하나로 페럼타워 매각을 검토한 적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안 팔아도 될 것 같고, 팔지 않도록 노력중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달 들어 페럼타워와 페럼클럽 골프장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다시 한번 돌았고 이에 동국제강은 매각추진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동국제강 입장에서 자산 매각중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고 손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카드가 페럼타워와 페럼클럽이라는 관측이 강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이 페럼클럽보다 페럼타워를 우선 매각자산으로 선정한 것은 페럼클럽이 지난해 막 오픈한 골프장으로 수익적으로 안정화가 된 이후에 매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럼클럽은 지난해 6월 정식오픈 이후 6개월여 동안 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2년 부터 1614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패럼클럽은 초기 계획이던 회원제 골프장으로 운영하려던 계획을 퍼블릭 골프장으로 변경해 개장하면서 풍산·코오롱·삼성물산 등에게 우선주 64만주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로 45억원의 자금을 조달 했다. 이런 이유로 다른 기업들과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패럼클럽 보다는 패럼타워의 매각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페럼타워 매각으로 확보하는 현금이 동국제강 유동성 개선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유동성 부담을 높이는 가장 큰 사업은 브라질 CSP 제철소 프로젝트로 2012년부터 내년까지 총 7억5000만달러(약 8100억원)가 투자됐고,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채무보증규모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지난해 동국제강의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 0.11배를 기록하며 사업으로 번 돈으로도 이자를 갚기도 힘든 상태다. 유동비율도 72.7%로 2012년 113.5%였던 것에 비해 4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페럼클럽
동국제강 페럼클럽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투자를 위해 산은 등 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5000억원의 신디케이션론 약정을 체결했고, 올해 6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유산스·무신용장수입금융·일반대출의 만기규모는 1조954억원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브라질개발은행(BNDES) 등에서 빌리려했던 3조36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조달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룹의 사운을 걸고 있는 브라질CSP 사업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던 페럼타워 매각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어려운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장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등 총수리스크가 커진 상태에서 재무적인 부분까지 문제가 악화되면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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