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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분석] 안마사 자격, 비시각장애인에게도 줘야하나

[쟁점 분석] 안마사 자격, 비시각장애인에게도 줘야하나

기사승인 2015. 04. 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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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개 대학 마사지 자격증 과목 '잠재적 범법자 양성'...일부 지자체·사회 전반 비시각장애인 안마업소 사실상 묵인...시각장애인 권익 보호 판결 불구 정부 해법 주목
안마사 자격을 둘러싼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해묵은 갈등이 어떤 식으로 해결날지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직업 규제 철폐를 통해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의료선진국처럼 마사지 치료사라는 새로운 직업 분야 발굴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 현장,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공공연하게 법과 현실 사이에서 적지 않은 괴리 현상까지 빚고 있다.

지난 20일 대구 수성구에서 피부관리실을 영업하던 A씨가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벌금형을 받아 이 같은 문제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판부는 손으로 문질러서 고객들의 혈액 순환과 근육을 풀어주는 피부관리는 의료법으로 규제하는 안마 행위로서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소의 선고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는 피부마사지와 경락마사지, 스포츠마사지, 발마사지 업소 간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비시각장애인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업소들도 모두 불법이다. 의료법 제82조 1항에 따라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의 시초는 100여 년 전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조선총독부에 의해 제정된 이 규정은 1945년 광복이후 사라졌다가 1963년 부활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마사지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비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급기야 2002년 비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의료법 규정으로 자신들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2003년 6월 안마사 자격 기준에 제한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합헌 결정을 내렸다.(2002헌가16)

이러한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사지업계는 마사지 합법화를 위해 의료법에 따라 안마사 자격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 대해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헌재는 2006년 5월 7대 1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2003헌마715) 이 가운데 2인의 재판관은 “기본권의 제한은 법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자격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은 의료법을 빌미로 규칙에서 이를 규정하는 것은 법령의 체계 위반”이라는 이유를 명시했다.

다른 5인의 재판관은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 자체가 “특정 직업에 대한 일반인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이라는 공익에 비해 비시각장애인들이 받게 되는 기본권 침해 강도가 지나쳐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러한 판결 이후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서울 마포대교에서 장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잇단 분신·투신 자살까지 해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국회는 헌재의 위헌 판결이 난 지 3개월여 만에 또 다시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안마사 자격 제한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헌법 소원이 수차례 제기됐다. 2008년, 2010년 합헌으로 판결이 났고 2013년 6월에는 헌법재판관 전원 의견으로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2011헌가39등)

이처럼 2008년 이후 합헌 판결을 내린 헌재의 입장은 비록 2006년 판결에서 시각장애인의 안마독점 자체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5인의 의견이 있었지만 위헌정족수(6인)를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그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헌재는 시각장애인의 생계 보장 수단이 안마 행위 외에는 충분치 않으며 그동안 소외돼 온 시각장애인들의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들을 우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비시각장애인 안마사 자격에 대한 4차례 합헌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타이마사지·발마사지 등의 업체들은 관할 세무서에 ‘자유 업종’으로 신고해 법망을 피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정부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불법안마시술소에 대해 제대로 대처도 하지 못하고 불법을 양성하는 꼴이 되고 있다. 갈수록 비시각장애인 안마가 불법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엷어지고 있다.

특히 전국 74개 대학에서는 사회체육 과목으로 스포츠마사지를 교육하고 졸업할 때 마사지 자격증까지 주고 있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잠재적 범법자를 양성하고 있는 셈이다.

2010년 11월 한 지자체는 저소득층과 기초생활 수급자들에 대한 일자리 제공을 위해 발마사지 사업단을 발족해 운영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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