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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행 새벽 지하철, “나는 경찰공무원 수험생”

노량진행 새벽 지하철, “나는 경찰공무원 수험생”

기사승인 2015. 04. 2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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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러티브 리포트] 취업난 '정글' 노량진서 만난 경찰공무원 수험생들
노량진
이른 아침 서울 노량진 아모르이그잼 학원에서 경찰공무원 수험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하혜봉 대학생 인턴기자

올해 초 군 복무를 마치고, 수도권 소재 대학교를 휴학한 Y씨는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서울 노량진행 지하철에 올라탄다. 이른 시간이지만 노량진 학원가는 많은 수험생들로 북적인다. Y씨는 경찰공무원 준비 수험생이다. Y씨는 수업시간 1시간 전에 강의실에 앉는다.

Y씨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 새벽 4시부터 줄을 서서 6시에 입장하는 학생들도 많다. 학원에 늦으면 뒷자리에서 작은 TV화면으로 수업을 들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Y씨처럼 경찰공무원을 꿈꾸는 젊은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경찰공무원 1차 시험 원서 접수자는 모집인원 3200명에 총 6만303명이었다. 무려 18.8 :1의 경쟁률이다. 이는 2013년과 2014년 10 :1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 채용인원 확대와 높아진 경쟁률

정부는 올해 ‘경찰관 증원’ 정책에 따라 전년(5372명) 대비 16.6% 증가한 6542명을 선발한다. 취직준비생들이 대거 경찰공무원 시험에 몰린 배경이다.
노량진 아모르이그잼 학원 구익현 과장은 “매년 학원 수강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2, 3차 시험에는 더 많은 응시자가 몰려 곧 10만에 가까운 응시자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채용인원 확대가 청년 취업난 속 응시생 쏠림현상과 맞물려 오히려 경쟁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 획일화되는 꿈

수험생들은 대부분 경찰공무원 지원 동기에 대해 ‘공무원의 안정성’과 ‘취업난’을 꼽았다.

올초부터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K씨는 “인문계의 경우 1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신입생으로 들어온 후배들이 벌써부터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자기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식으로 공무원 세계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경우도 있다. A씨는 지방행정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1년만에 그만두고 일반기업에 입사했다. A씨는 “공무원 세계에 대한 환상으로 공직세계에 입문했으나 일을 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퇴직했다”며 “명확한 목표의식이나 동기 없이 공무원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 경찰공무원 합격자의 메시지

합격자
지난 24일 발표된 경찰공무원 시험에 최종합격한 양현규(왼쪽부터) 윤주영 김진호(28) 씨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하혜봉 대학생 인턴기자

지난 24일 발표된 경찰공무원 시험에 최종합격한 김진호 씨(28)는 “의무경찰로 복무하면서 경찰의 임무가 범인을 잡는 것 이외에도 다른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돼 경찰의 꿈을 키우게 됐다”며 “특히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경찰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김 씨도 빨리 끝날 줄 알았던 수험생활이 길어지면서 슬럼프에 빠져 힘들었다고 했다. 김 씨는 고향 친구와 함께 시험을 준비해 이번에 함께 합격했다고 밝혔다.

김 씨의 친구인 양현규 씨(28)는 “대학 재학 중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던 중에 친구의 소개로 경찰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사회 정의를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공무원에 지원했다”고 했다. 양 씨는 “시험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드리는 게 죄송했고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양 씨는 “국민들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따뜻하고, 친절한 경찰관이 되겠다”고 했다.

윤주영 씨(28)는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최종 합격돼 더욱 기쁘다”며 “앞으로 힘든 일도 있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그들은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경찰관들에게 “시험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꿈에 대한 목표가 확실하고, 확고한 신념만 있으면 언젠가는 합격할 것”이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한편 1년에 2번 시행되던 경찰공무원 시험은 올해부터 3번 시행된다. 2차 시험은 5월 30일, 3차는 9월 19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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