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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방미, 일본의 ‘과거사 면죄부 꼼수’ 시작됐다

아베 방미, 일본의 ‘과거사 면죄부 꼼수’ 시작됐다

기사승인 2015. 04. 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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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박물관,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 '평화주의자' 이미지화…케네디스쿨 강연 주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 일정이 26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이번 방미는 미·일 신(新) 밀월관계 속에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아베 총리의 고도의 기획된 의도가 드러난다.

일본 현직 총리로는 9년만에 미국을 공식방문한 아베 총리는 27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등 전쟁 관련 추모시설을 잇따라 방문한다.

특히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의 역사를 전시해놓은 만큼 그의 방문에는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결의’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 행위를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방문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속내에는 ‘과거사 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와 알링턴 국립묘지는 마찬가지’라고 했던 만큼 알링턴 묘지 헌화 일정도 야스쿠니 참배 강행에 따른 미국 내 비판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올해 초에도 이스라엘 내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해 논란이 거셌던 상황이었고, 아시아 국가들은 아베 총리의 행보에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희생당한 주변국에는 침묵하면서도 일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유대인 희생자를 기리는 곳만 찾아다니며 마치 ‘평화주의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오는 29일 진행되는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의미있는 과거사 언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도 그가 반둥회의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2차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다른 나라 전쟁범죄 희생자에게는 머리를 숙이면서도 이웃 국가에 했던 일본의 잘못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덮고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진전된 과거사 사죄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설은 미·일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그 맥락에서도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그 강조가 한국이 바라는 정도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 책임표명에까지 이를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아베 총리가 이번 방미 기간 일본 과거사 문제에 쏠린 국제사회의 비판을 넘어서지 못하면 향후 일본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방미 계기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표명하기를 바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공동기자회견, 미국 의회연설 등 굵직한 일정에 앞서 27일 오전 진행되는 아베 총리의 하버드 케네디 스쿨 강연은 그의 방미 ‘과거사 전략’을 파악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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