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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서로 눈치 보다 상처만 남은 ‘제2롯데월드’

[기자의눈] 서로 눈치 보다 상처만 남은 ‘제2롯데월드’

기사승인 2015. 0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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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김지혜-반명
사회부 김지혜
낮 12시 점심시간. 보통의 식당가는 직장인은 물론 쇼핑을 즐기는 주부들로 분주하다. 특히 맛집으로 입소문난 곳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식당가는 다르다. 수하동 곰탕, PF창, 빌즈 등 이름난 맛집들이 즐비한 것과 달리 한산하다. 이성당 단팥빵은 다른 곳에선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음에도 여기선 오후 4시가 지나도 넉넉하게 남아 있을 정도다. 그나마 벚꽃축제 기간에는 나들이객들로 재미를 봤지만 지난 1~2월에는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지난해 12월16일 공사장 인부 사망 사건으로 그동안의 안전문제가 부각되면서 영화관과 수족관 등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업장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롯데월드몰 입점 업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 논란 이후 방문객이 개장 초기보다 절반으로 급감했고 입점업체의 매출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직원 6200명 중 1200명이 떠나야 했다.

롯데 측은 100억원을 들여 4개월 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고통을 분담했지만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떠나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

롯데는 이미 서울시와 국민안전처가 요구한 사고 원인 분석과 안전조치 등을 보고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저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상황이 길어지자 급기야 28일에는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언론에 현장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민안전처는 5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서로 책임 떠안기기에 바쁘다. 혹시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차례에 걸쳐 문서만 오가고 있는 중이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이들은 생계가 걸린 입점 업주뿐이다.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국익차원에서도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에 버금가는 한국의 랜드마크를 만들려던 관광산업에 커다란 흠집만 남겼다.

면피행정·눈치행정으로 서로가 책임을 미루고 있을 때 1조원 넘게 투자된 쇼핑몰은 그대로 방치된 채 근근이 생명만 이어오고 있다.

더 이상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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