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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성완종 특별검사’ 실효성 있을까

[취재뒷담화] ‘성완종 특별검사’ 실효성 있을까

기사승인 2015. 05. 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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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이번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도입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야당, 두 개의 특별검사 관련 법안 발의…법사위 계류 중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28일 ‘박근혜대통령의 측근 김기춘·허태열·유정복·서병수·홍문종·이병기, 이완구·홍준표 등의 성완종 불법자금 수수의혹사건 및 경남기업 긴급자금지원 불법로비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긴 이름의 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에 대한 맞대응 형식으로 이날 야당이 발표한 특검법안은 현행 상설특검법인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파견검사의 수 ‘5명 이내’를 ‘15명 이내’로 파견검사 외의 파견공무원 수 ‘30명 이내’를 ‘50명 이내’로 대폭 확대했다.

역대 최대 게이트인 만큼 역대 최대 특검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별도로 서기호 새민련 의원을 비롯한 10인의 야당 의원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30일 발의했다.

사안별로 특검이 임명되는 현행법상의 ‘제도 특검’ 대신 상설적인 ‘기구 특검’으로 전환해 즉각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특검의 수사 대상에 대통령과 친인척, 국무총리,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등 고위 공직자(현직 또는 퇴임 2년 내)가 관련된 사건을 명시한 것과 특검의 선출을 국회에 맡긴 것도 현행법과 중요한 차이점이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주장은 지난달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여권 실세들의 실명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직후인 같은달 12일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출벌할 때부터 제기됐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등 현 박근혜 정부 실세들이 투명하지 못한 정치자금(혹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과연 검찰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비롯된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른 때와 달리 여당도 특별검사 도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잘해도 욕먹고 못 해도 욕먹는’ 사건…부담스런 검찰

실제 특별수사팀에 차출된 검사들 중에서도 “차라리 빨리 특검이 도입됐으면 좋겠다”라는 농담 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번 사건이 검찰로선 부담스런 수사인 게 사실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특별수사팀까지 꾸리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봐주기 수사’ ‘무능한 검찰’이라는 비난에 휩싸일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공소시효를 따져봐야 될 만큼 수 년 전의 얘기들이고, 사건의 열쇠를 쥔 핵심인물인 성 전 회장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검찰이 할 수 있는 건 남아있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물증들을 최대한 확보해 퍼즐을 맞춰나가 돈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의혹 대상자들의 주장을 깨트리는 방법뿐이다. 국민 대부분은 성 전 회장이 죽음으로 얘기하려했던 메모지 속 돈 전달 의혹이 사실일 거라 믿고 있지만, 만에 하나 대상 인물 중 누군가는 정말 억울하게 (성 전 회장의 개인적인 섭섭함 등) 다른 이유로 메모지에 올랐을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검찰의 부담이다.

그런가 하면 검찰이 관련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 철저한 진상을 밝히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검찰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별개 수사기관이 아닌 법무부에 소속된 외청이다. 현행 정부조직법 32조(법무부) 2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정하고 있다.

검찰이 리스트 속 여권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을 밝혀 사법처리하는 수사 성과를 거두게 되면 이는 곧바로 현 정부와 여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게 뻔하다. 한 마디로 ‘잘해도 욕먹고 못 해도 욕먹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현재 검찰이 처한 입장이다. 수사팀에 차출된 검사들 역시 잘하면 본전, 잘못하면 자신의 검사 이력에 흠을 남길 수 있는 난처한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성완종 리스트’ 의혹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문무일 검사장은 다음날 출입기자들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다들 아시겠지만 어려운 수사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 검사장은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이 사건에 대해서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결연한 수사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체의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수사팀이 꾸려진지 20일. 그동안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49)와 이용기 비서실 부장(43)을 구속하고 메모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구체적인 금품전달 정황이 드러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 관련자를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하는 등 적잖은 수사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정중동’의 자세로 수사를 진행해 온 게 사실이다. 이제 선거가 끝난 만큼 수사팀의 수사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야당 측 인사들이 연루돼 있어 수사 착수 여부를 고민해온 성 전 회장에 대한 두 번의 특별사면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전패한 야당 국면전환용 ‘특검 주장’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은 사실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커 보인다. 일단은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고 결과가 나온 뒤에 특검 도입 필요성을 논의하는 게 순서다. 한창 수사가 본 궤도로 올라가려는 시점에서 미리부터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특검을 주장하는 건 잠도 못자고 수사하고 있다는 수사팀의 수사 의지만 꺾을 뿐이다.

재보궐 선거가 야당의 전패로 끝나면서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에 추진력이 다소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에 몰린 야당은 불리해진 정국 타개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모양새다.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춘석 새민련 의원은 1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재보선 패배가 당에게 큰 아픔이지만, 그로 인해 성완종 특검법 통과는 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당의 내부 쇄신을 위해서라도 외부를 향한 특검법 주장을 더욱 강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이 특사 문제를 전제로 특검법 통과를 주장하면 특사 카드를 받아들여서라도 특검범을 통과시키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역대 11번의 특검 효과 초라…매번 ‘무용론’ 대두 돼

그럼 과연 특검 도입이 능사일까? 개인적으로는 특검의 효율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동안 임명됐던 11명의 특검이 이렇다 할 제 구실을 못했다는 건 객관적인 기록이 증명한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의 ‘옷 로비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에 관한 특검까지 모두 11번의 특검 수사 중 그나마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받는 건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 정도다.

당시 차정일 특검팀은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씨와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였던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특검은 또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의 비리 정황과 신승남 검찰총장과 김대웅 광주고검장의 서울지검장 시절 수사 내용 유출 정황을 포착해 대검에 이첩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배후인 김영준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자금 추적을 통해 수억원의 현금이 입출금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김씨의 로비 사실을 밝히지 못했는데 이후 검찰이 민주당 김방림 의원이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김 의원을 구속 기소하면서 특검 수사의 완전성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 외 10차례 임명된 특검의 수사 실적은 더 초라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동원했던 역대 특검은 대부분 야당의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임명이 강행됐지만 ‘용두사미 특검’ ‘검찰보다 못한 특검’ 등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특검수사가 끝난 이후에는 어김없이 특검 무용론이 대두되곤 했다.

대표적으로 2007년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조준웅 특검팀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열쇠를 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사채 발행의 불법성을 규명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 등 삼성의 핵심 간부 10여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포탈하고 경영권 불법 승계 과정에도 개입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미술관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 됐으며, 2심에서 배임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 받았던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이사 허태학, 박노빈씨 역시 대법원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무엇보다도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관련자 모두를 무혐의 처리해 한계를 드러냈다.

당시 특검은 로비 대상자로 김 변호사가 실명을 공개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등 5명은 물론 검찰간부 10여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로비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임원 30여명의 비행기 탑승기록, 골프장 기록까지 뒤지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4년 최도술, 이광재, 양길승 등 ‘노무현대통령의 측근비리의혹사건’을 수사한 김진흥 특검팀은 대선 당시 4억91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추가 기소했을 뿐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특검팀이 최 비서관의 300억원 모금설, 썬앤문 95억원 제공설, 노대통령의 썬앤문 감세청탁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되면서 ‘용두사미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정치적 외압 여부를 수사했던 정대훈 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검찰에 사건을 넘기게 돼 유감”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무런 수사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당시 특검팀은 16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수사기간까지 한차례 연장하면서 90일간의 수사기간 동안 240여명을 소환하고도 검찰에서 기소한 사람 외에 추가로 한사람도 기소하지 못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광재 의원에 대한 수사에서도 이 의원이 유전사업에 연관이 있다는 정황은 드러났지만 형사책임을 묻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놓는 등 모든 정치적 외압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내놓으면서 ‘특검무용론’을 일으켰다.

2008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자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했던 정호영 특검팀은 검찰이 ‘제3자 소유’라고 판단했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가 이 후보자의 형 이상은씨의 소유라는 점을 확인했을 뿐 이 후보자의 BBK 연루 의혹, 도곡동 땅 및 (주)다스 차명보유 의혹, 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에 대해 모두 이 후보자와는 무관하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선입견 없이 수사하려 노력했으며 진실 발견과 의혹 해소라는 최종 목적에 만족할 만한 결실을 거두었다”는 정 특별검사의 자평과 달리 당시 언론은 ‘특검수사 검찰 수사결론과 판박이’라며 혹독히 비판했고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검찰보다 못한 특검’이라고 비난했다.

◇문무일 특검팀, ‘좌고우면하지 않는 수사’ 기대해 볼 때

이번 사건 역시 역대 특검이 도입됐던 다른 사건들과 비교해 결코 특검 수사를 통한 실체 발견이 쉽지 않아 보인다. 숨진 당사자의 진술과 메모지만 남겨진 상황에서 수년 전 오고간 돈의 실체를 규명한다는 게 검찰보다 강한 수사의지만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할 경우 수사 검사나 수사관 등 인력지원은 물론 대검 디지털포렌식 센터의 최첨단 분석 기법까지 동원할 수 있는 검찰과 달리 한정된 인력과 제한된 시간 안에 검찰 수사를 넘어서는 결과물을 내놓기가 결코 녹녹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야 간 합의로 힘들게 결론에 다다른 ‘특별검사법’을 시행 1년도 안 된 시점에 전부 개정하자는 주장 역시 법치주의나 의회주의를 무시한 처사다. 현재로선 수사팀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한 수사를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켜봐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무일 팀장 이하 특별수사팀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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