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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외면받는 국내 소비자… 명동은 지금 ‘차이나 타운’

[취재뒷담화] 외면받는 국내 소비자… 명동은 지금 ‘차이나 타운’

기사승인 2015. 05.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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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쇼핑을 하는 중국 관광객들로 혼잡하다./사진=유수인 기자
지난달 29일, 중국 3대 명절로 꼽히는 노동절(4월30일~5월4일)을 앞두고 취재차 서울 중구 명동에 들렀습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거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명동은 온통 중국인 관광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명동거리 초입에는 중국어로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판촉행사를 알리는 중국어 입간판이 즐비했습니다.

화장품 매장들도 노동절 특수잡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구매 1위 품목인 마스크팩이 각 매장 전면에 배치돼 있었고, 중국인 관광객에 한정된 할인과 이벤트가 펼쳐졌습니다. 심지어 노동절에 맞춰 중국인이 선호하는 금이나 홍삼, 달팽이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출시한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어쩐지 중국인 관광객들은 버선발로 맞이하고 국내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해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합니다. 중국인이 없으면 매장 운영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엔저현상으로 가뜩이나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중국인 관광객은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명동의 화장품 매장을 방문하면 “어서 오세요”라는 한국말 대신 “찐라이(이쪽으로 오세요)”라는 중국말을 먼저 건넵니다. 한 매장에서는 제품 설명마저 중국어로 돼 있어 설명을 부탁하니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점원이라 발걸음을 그냥 돌려야 했습니다. 이쯤되니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은 판매에 눈멀어 여기가 한국이라는 사실도 잊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중국인 관광객은 침체된 내수경기에 힘을 보태는 중요한 고객입니다. 이들을 잡기 위한 화장품 매장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지요. 그러나 중국인만이 고객인 양 매장을 꾸미고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마케팅을 펼치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한국이니까 한국 사람들에게 대단한 대접을 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중국인 관광객이 아닌 나머지 20%의 고객과 매장을 둘러보는 잠재 고객들에게도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과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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