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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우리은행 직원들, 청원경찰 선배님 모시기?

[취재뒷담화] 우리은행 직원들, 청원경찰 선배님 모시기?

기사승인 2015. 05.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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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윤복음 기자
“선배님들이라 사실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있죠…그래도 하시려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달말 회사를 떠나는 희망퇴직자들을 두고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우리은행이 희망퇴직자들을 영업점내 로비 매니저(청원경찰·청경)로 재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보통 은행들은 고용업체와 계약을 하고 청경을 채용해오고 있습니다.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청경들은 은행의 보안과 경비 업무를 담당하고 바쁠 때에는 담당창구에 고객을 안내해주는 등 간단한 은행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이에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자들을 지점의 로비매니저, 즉 청경으로 재고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냈습니다. 누구보다도 은행 업무를 잘 알고 있으니 고객에게 설명을 잘 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창구가 바쁠 때 업무를 도울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은행 영업점내 직원들입니다. 이미 은행에서 지점장까지 한 ‘선배님’들을 다시 모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계약직이라고는 해도 자신보다 은행 업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로비 매니저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청원경찰 선배님을 모시기가 싫은 게 후배 우리은행 직원들의 솔직한 ‘속내’입니다.

희망퇴직 후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선배들도 속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엊그제까지 지점장이나 부지점장으로 후배들을 통솔하던 자리에 있다 로비에서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희망퇴직자들에게 재고용의 기회를 주는 것은 재취업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고참 은행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은행권에서 정착되기 위해선 위계질서와 지위만을 강조하는 선입견을 먼저 걷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선배 로드매니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주고 선배들은 후배들의 업무를 충실히 보조해줄 수 있는 ‘배려의 문화’가 우리은행에 싹트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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