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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건희 회장 입원 1년… 남긴 것과 넘어야 할 것

[기자의눈] 이건희 회장 입원 1년… 남긴 것과 넘어야 할 것

기사승인 2015. 05.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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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산업부 기자.
“삼성서울병원으로 빨리 가봐!”

지난해 5월 11일 오전. 당시 선배의 긴박한 지시가 잊히지 않는다. 이날 새벽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에 입원해 취재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병원에는 삼성 관계자와 취재진 등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웅성거렸다.

이 회장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영향력과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대로 삼성이 휘청거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당시 삼성에 갓 출입한 기자의 눈에 삼성이 총수 한 명 때문에 좌지우지되는 그룹으로 판단됐던 모양이다.

이 회장 입원 1년을 맞은 삼성은 어떤가. 지난해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3년 만에 5조원대 아래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원인이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라 탈출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다음 분기인 4분기에 영업이익이 반등하더니 지난 1분기 6조원에 육박하며 완연한 부활세다.

그간 꾸준히 검토했거나 전격 결정한 사업 재조정도 단행했다. 이 회장 부재 동안 한화와의 ‘빅딜’를 비롯해 크고 작은 8건의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 본지를 비롯해 다수의 언론이 이 같은 대대적 변화를 보며 이 회장 없는 삼성을 예상했다.

이른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대’다. 실제 이 부회장이 올 연말 경영권 승계를 받을 것으로 재계는 관측한다. 그간 이 부회장의 글로벌 리더십이 돋보인 건 맞지만, 총수 부재 위기를 일사천리로 돌파한 건 그 혼자만의 능력 때문은 아니었을 터다.

소위 ‘시스템 경영’이 가동됐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시스템 경영이란 총수 부재에도 계열사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경영이다. ‘총수-계열사 전문경영인(CEO)-미래전략실(삼성의 지휘부)’로 요약되는 3각 편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여기서 총수 역할은 이 부회장이 맡았다.

이는 이 회장이 한창 활동하며 마련한 기반이다. 이 회장은 자율 경영을 상당히 신뢰했다. 일례로 정부 차원에서 IMF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 가전, 반도체 등 국내 그룹들 간 ‘빅딜’ 진행했을 때다. 각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은 총수의 눈치를 보느라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지만, 삼성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빅딜을 조율했던 김대중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협상 대표는 총수(이건희 회장)로부터 전권을 받아서 탁자에 앉았는데 다른 그룹은 일일이 전화로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바람에 협상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논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그의 부재 동안 그가 뿌리내리고 쌓아올린 삼성의 ‘시스템’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재용 시대에도 이는 꾸준히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건희의 삼성’은 삼성전자에 의존적인 수익 구조와 조직 문화의 경직성을 지적받았다. 현재 삼성은 ‘관리의 삼성’과 ‘창의의 삼성’ 중간에 있는 듯하다. 이 간극을 메우고 새로운 수익구조가 자리잡을 때 이재용 시대의 삼성은 뻗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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