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반기문 방북무산…“김정은체제 불안정성 때문…외교고립 탈출구 상실”

반기문 방북무산…“김정은체제 불안정성 때문…외교고립 탈출구 상실”

기사승인 2015. 05. 20. 17:4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반기문 국회 방문-05
방한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20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국회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photolbh@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북을 하루 앞두고 돌연 무산시킨 데에는 김정은 체제의 내부 불안정성이 크고 김정은의 외교 자체에 대한 준비와 자신감이 부족한 탓으로 20일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장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김정일 같으면 반 총장 오는 것에 대비해 자신들에 유리하게 만들어보라고 지시할 텐데 김정은은 자신이 없는 것”이라며 “지금 김정은 체제가 수령제를 유지하는데 있어 뭔가 고장이 났다”고 지적했다.

손 소장은 “최근 러시아 갈려고 했다가 안 간 것이나 계속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 대남관계 개선하자고 했다가 못하는 것 등 이런 복잡하게 연결된 것들이 전체적으로 북한 체제가 안정돼 있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 총장이 방북하면 남북관계 개선과 핵·인권문제를 이야기할 텐데 김정은에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 김정일 같으면 남북관계 개선이 자기들 경제지원 등에 유리하면 받았을 텐데 김정은은 받기가 어렵다. 결국 김정은 수령제가 불안정한 것”이라고 했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반 총장의 방북무산과 관련해 “놀랍고 큰일나는 어떤 모멘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임박해서 번복하는 것은 그들의 패턴이고 옛날에도 늘 그래왔던 것이다. 반 총장도 크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간다고 하다가 막판에 못간 것은 북한이 굉장히 자신없는 체제고, 김정은 자체가 자신없는 사람인 것”이라며 “반 총장이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말했다. 인권이라는 단어는 피했으나 결국 개방으로 가야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핵제재보다 인권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CC)까지 가야하는 가능성, 유엔에서 이를 논의하고 합의한데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핵은 군사력·자부심으로 선전할 수 있지만 인권탄압국이라고 내부에 알려지면 큰일 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엔으로부터 핵·인권문제 등 각종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방북은 이 같은 이슈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환기시켜 더욱 ‘개방’ 압박이 될 뿐 북한에 유리할 것이 없다는 설명하고 있다.

또 무력도발 이외에 그럴듯한 외교력을 보여주지 못한 수령제 국가의 지도자가 노련한 국제기구 수장과의 외교대화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더욱 내부 체제의 불안정성을 증폭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이를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은 과거부터 ‘외교결례’를 감안하지 않고 이러한 일방적 무산·불허 패턴을 반복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국제사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하고, 올해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10일)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의심되는 ‘인공위성’ 발사 준비를 지시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어 향후 남북관계 및 국제사회와의 대결국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이날 방북을 무산시킨 후 발표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에서 “SLBM 실험은 군사력 강화 최절정을 이룬 일대 장거”라고 칭송하고 “핵탄두 소형화 단계에 올라섰다”고 언급한 점은 한동안 북한과의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의 이번 무산결정에 따라 반 총장의 방북으로 기대됐던 남북관계 개선 모멘텀이 사라져 남북경색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의 외교적 고립 상황도 최대의 탈출 기회를 잃었다는 관측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정상적인 외교관례를 무시하는 것을 수시로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경색이냐 아니냐에 우리가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미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다 알고 있고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손 소장은 “북한은 과거 대중·대러관계가 좋았고 세계적 차원에서 동서 진영외교를 하며 안정돼 있었다”며 “북한은 외교결례를 전혀 신경쓰지 않지만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래 지금처럼 고립된 사례가 없다. 완전히 고립됐다”고 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