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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게임 ‘아이디’만 지칭해도 처벌

늘어나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게임 ‘아이디’만 지칭해도 처벌

기사승인 2015. 05. 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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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이름 없어도 누군지 알 수 있다면 범죄…'주의' 요구
대검 깃발사진
알몸으로 반전 시위를 벌였던 강의석 독립영화감독(29)과 세월호 참사 당시 ‘허위 인터뷰’ 논란을 일으켰던 홍가혜씨(27·여) 등이 인터넷에 자신을 향해 비방글을 올린 누리꾼들을 무더기로 고소하며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이용자 간에 이뤄지는 욕설이나 비방, 인신공격 등이 고소·고발로 이어져 형사처벌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더욱 늘고 있다.

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은 2004년 1257건에서 지난해 7086건으로 5.6배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는 인터넷 게임 채팅방에서 실제 이용자의 이름이 아닌 아이디(ID)를 지칭하면서 욕설을 한 사건에서 법원이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포함돼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인천지법은 지난 3월 인터넷 게임을 하던 중 채팅 창에 아이디를 지칭하며 욕설을 한 혐의(모욕)로 기소된 A씨(24)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표현한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들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닉네임(아이디)만으로는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으므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조계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나 닉네임 외에 사용자의 다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명예’를 훼손당하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 사정을 종합해보더라도 그 아이디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어렵고 (사용자의) 다른 정보가 없다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의정부지법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B씨(55·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위의 글을 실은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실체적인 사람에 대한 특정이 없이 인터넷상의 아이디만을 이용하여 비방의 글을 게재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대표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피해자인 사람을 명확히 지칭하는 ‘피해자 특정’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사건마다 특정여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인터넷 게임 속 아이디만을 상대로 욕설이나 인신공격 등 비방을 했어도 해당 아이디가 피해자 본인을 알 수 있다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볼 여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이버상의 특성상 피해자별, 온라인 게임이나 동호회 모임(카페) 활동 정도에 따라 처벌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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