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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신의한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신의한수

기사승인 2015. 05. 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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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구조, 더 단순하게
사업간 시너지도 기대
사업재편 퀵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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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화됐을 뿐만 아니라 합병회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정점에 오른 삼성물산은 사업간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그동안 잠시 주춤했던 삼성의 ‘새판짜기’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는 ‘빅딜’이 마무리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진행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사업재편을 다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오는 7월 주주총회를 거쳐 9월1일 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기준 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 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한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물산을 사용한다.

◇ 순환출자 구조, 더 단순하게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해졌다.

삼성의 기존 계열사 출자현황을 보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7.21%를 갖고 있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 합병회사인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지난해 계열사 합병·사업조정·주식상장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10개까지 줄였다. 2013년 30개에서 1년 만에 20개나 감소했다. 순환출조 구조와 금융·산업자본 간 혼합 문제는 삼성의 약점으로 끊임없이 지적되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자산이 투자 등에 쓰이지 않고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계열사 지분 확보로 묶어둔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 ‘신의한수’…사업간 시너지도 기대

이번 합병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사업적 관점으로 보면 양사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사업이 많은 덕에 ‘신의한수’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합병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34조원으로, 양사는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를 강화해 2020년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양사는 2011년 삼성의 바이오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사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46.3%, 4.9%를 보유하고 있다.

◇ 사업재편 퀵스텝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으로 떠오른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총수 일가가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그룹이 다시 ‘새판짜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2013년 9월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는 등 전자→중화학→건설로 이어지는 사업재편을 진행했다. 2013년 9월 삼성SDS와 삼성SNS 흡수합병을 발표했고 두 달 뒤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사업은 에스원에, 급식·식자재사업은 삼성웰스토리에 넘겼다.

지난해 3월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 합병이, 며칠 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이 발표됐다. 지난해 5월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발표한데 이어 한달 뒤 삼성에버랜드는 상장을 추진하며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의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 4곳을 한화로 매각하는 빅딜도 진행됐다.

지난해 9월 추진됐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됐던 만큼 올해 다시 사업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중복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의 합병도 검토됐지만, 무산됐다. 분할·합병 등이 아닌 사업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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