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일본 점심식사 문화를 바꿔 놓은 ‘런치패스포트’

일본 점심식사 문화를 바꿔 놓은 ‘런치패스포트’

기사승인 2015. 06. 29. 08:1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주머니 가벼운 일본 직장인들을 위한 알뜰 식사권 '인기'
일본-박래휘
박래휘 F.D푸드컨셉연구소 소장
직장인들이 지불하는 점심식사 금액은 얼마일까. 그리고 직장인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점심값은 얼마일까. 필자가 첫 직장에 입사하기 전 느꼈던 점심 한 끼에 대한 마음의 동경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을 평가하고 분위기를 전해주는 식도락가(구루메)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입사 후, 현실은 점심음식 가격에 의해 4일은 평범하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나만의 4가지 기준에 의해 식당을 선택하게 됐다. 여기서 기준이란 ‘맛있고, 양 많고, 빨리 나오고, 가격이 저렴한 곳’이다.

신입사원이나 연차가 높지 않은 직장인들에게는 지금의 6000~6500원도 비싸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들에게 점심값으로 적정한 수준은 5000원 정도다. 몇 년 째 계속되는 엔화절하로 내수물가 상승과 소비세인상 등으로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나빠진 일본의 경우는 어떨지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은 직장인들이 밀집된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1000엔짜리 점심식사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책 한 권 값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0150304-7 1268
500엔으로 즐기는 런치패스포트 등장
‘란빠스(ランパス)’는 란찌빠스뽀또(ランチパスポ?ト)의 줄인 말이다. 란찌란 동전이란 뜻으로 하나의 동전으로 런치를 해결한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500엔이 동전형태이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런치패스포트(Lunch passport)는 전국 각지를 50구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오사카시·신쥬쿠지역·긴자지역 등으로 구분해 지역별 참가 음식점과 런치메뉴를 책으로 발행했다. 소비자가 이 패스포트를 구입하게 되면 책에 기재된 평균 700엔 이상 되는 가격의 런치메뉴를 500엔으로 할인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다. 한 개의 점포당 3회까지 이용할 수 있고, 발행일로부터 3개월 동안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시킨 것이 특징이다.

런치패스포트 한권에는 100군데 이상의 음식점이 등록되어 있으며, 구입가는 1000엔이다. 가까운 편의점이나 책방 그리고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3개월 동안 할인받은 금액이 책값인 1000엔을 넘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알뜰한 투자를 한 셈이다.
2015raehwi 1594
‘야마시다 서점 시부야점’ 조사에 따르면 런치패스포트 구입비율은 남성 60%, 여성 40%로 남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 서점의 다른 서적 구입비율이 남성 70% 여성 30%인 것으로 봤을 때, 여성들의 패스포트 구입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잠시 일본 직장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보자. 2013년도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50대 직장인 기혼남성의 경우 평균 용돈이 3만5347엔이고, 일본의 신세이은행(新生銀行)이 20~50대 일본 남성 직장인 1048명에게 앙케트 조사 결과에선 점심식사 평균비용은 518엔이다. 앙케트조사를 처음 시작한 1979년에는 565엔이었다. 조사결과만 따져보면 34년 전보다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직장인의 점심식사비용은 1992년 746엔을 정점으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은 500엔대가 지속되고 있다. 1979년 대졸초봉이 10만9500엔으로 지금의 절반 정도 수준에서 500엔대에 점심 값을 지불했던 것과 지금의 500엔대 점심식사는 질적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른 직장인들의 영양불균형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여기에 2014년 4월에 일본은 간접세를 8%로 올리는 증세법이 시행되면서 점심 한 끼에 보통 500엔이었던 음식점들이 물가상승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런치메뉴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이뤄졌다. 이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례가 증가했다. 이 여파는 일반 음식점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매출이 감소하는 현상을 일으켰다.
DSC_0287 (2)
런치패스포트에 기재된 식당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즐길수 있다.

런치패스포트 1호를 등장시킨 장본인은 2011년 4월 고지현의 지역타운 정보지 등을 발간하고 있는 홋또코우치(ほっとこうち) 출판사다. 이곳의 타운지인 ‘홋또코우치’의 특집으로 1개월 한정 런치할인권을 지면에 올린 것이 큰 인기를 얻었다. 지역음식점을 취재하던 중에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자주 듣다 보니 지역정보지로서 지역 상인들을 위해 도움을 줘야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특집이었다. 보통 고지현에서 1000엔 전후의 서적이라면 5000~6000부 사이를 판매하면 히트 대열에 올라서지만, 이 책은 1만2000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용기간이 지난 후에도 “다음호는 언제 출판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고, 이것이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다. 상표권은 홋또코우치(ほっとこうち) 출판사가 가지고 있다.

*런치패스포트 사용방법
1. 기재된 식당을 찾는다.
2. 주문 전에 직원에게 책의 점포가 나온 페이지를 보여주면 서명한다.

*런치패스포트의 특징
1. 이용기간은 3개월
2. 1점포당 3번까지만 이용
3. 취재식당에서 특별할인 메뉴를 제공받는 대신 취재비는 받지 않는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