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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키운 ‘닥터 쇼핑’… 장보듯 병원 전전

메르스 키운 ‘닥터 쇼핑’… 장보듯 병원 전전

기사승인 2015. 06. 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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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역할분담·진료비 차등화로 ‘후진적 의료문화’ 개선해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주요 전파자들은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는 이른바 ‘닥터 쇼핑’을 한 것이 특징이다. ‘슈퍼 전파자’로 분류되는 1번 환자는 4곳, 14번 환자는 3곳, 76번 환자는 2곳의 병원을 거쳤다.

이들 환자의 공통점은 동네 병원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호전되지 않으면 곧장 상급종합병원을 찾아가는 전형적인 의료 쇼핑의 행태를 보였다.

일각에선 이 환자들이 처음 방문한 의원급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다면 이동경로에 따른 접촉자 발생과 감염자 수 증가를 막을 수 있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닥터 쇼핑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성행하는 이유는 ‘낮은 진찰료’와 ‘동네의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진료비가 적어 환자가 하루에 여러 병원을 돌아다녀도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OECD 헬스데이터 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한해 평균 14.3건으로 OECD 평균(6.9회)의 2배가 넘는다.

문제는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한다는 점인데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진료비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근본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진료비를 차등화 해 환자들이 동네병원을 먼저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1차, 2차 병원에서 중증도에 따라 상급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인데 환자가 원하면 무조건 진료의뢰서를 발급하는 관행이 문제”라며 “진료 의뢰서를 유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증 환자가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약제비 등 환자 부담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네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뒤 필요할 경우 상급병원으로 올려 보내는 식으로 진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증 환자는 동네의원이 맡고, 중증환자는 대학병원이 진료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면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최근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여러 병의원을 다니다가 대학병원을 가는 일명 ‘병원 쇼핑’ 문화가 여러 병원에서 다수의 감염자를 발생시켰다”며 “대형병원과 동네병의원 등 의료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제도들이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치의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갈 필요 없이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아는 특정 의사에게 진료를 맡기면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 형성은 물론 불필요한 의료 쇼핑 문화를 줄일 수 있을 거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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