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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칼자루’ 쥔 애널리스트가 ‘을’?

[기자의눈] ‘칼자루’ 쥔 애널리스트가 ‘을’?

기사승인 2015. 06.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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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김지혜-반명
이르면 7월 초, 늦어도 7월 중순이면 서울 시내면세점의 새로운 사업자가 결정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초반에 유력하게 떠오른 업체 중 하나는 어느 새 뒤로 밀려나 있는 등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한 각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증권가 애널리스트와 면세점 입찰에 도전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한 임원의 ‘설전’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였다. 애널리스트는 그 기업에 대해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으며 쇼핑·관광 인프라 등의 부족으로 후보자 7개의 업체 중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이에 그 임원이 문제제기를 하며 보고서 삭제 등을 요구해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의 고유 권한을 침범한 ‘외압’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연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렸는지가 의문이다. 배점 300점의 경영능력만 살펴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기자본비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등에서 295점을 획득한 SK네트웍스에 비해 앞서 있지만 점수는 150점에 그쳤다.

반면 SK네트웍스는 관리역량(250점)에서만 219점으로 다소 주춤했을 뿐 관광인프라(195점),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45점),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45점) 등에서 최고점을 획득하며 949점으로 신세계(833점), HDC신라(798점), 한화(669점), 이랜드(650점), 롯데호텔(639점)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하지만 이 점수에 대해선 어떤 기준으로 산출했는지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면세점 운영경험과 주변 관광지 등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결론을 도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법하다.

기업들이 면세점 입찰에 낸 서류만 따져도 한 기업당 수백장에 이른다. 서류 검토만도 며칠이 걸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내면세점 입점에 있어 어떤 점이 더 우선시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확한 심사 날짜도 임박해서야 알려지고 심사위원도 심사 이틀 전에야 결정된다. 그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는 사안이다.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면세점에 ‘올인’하고 있다.

기업동향에 대한 분석이 애널리스트의 고유한 역할이지만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결론에 도출한 내용이 아닌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돼 있다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조심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무심코 작성한 보고서에 기업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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