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정의 연못에 세워진 정자.
할아버지~~ 할아버지~~
소년은 계속 칭얼 거리듯이 할아버지를 부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계속 배(?)를 끌고 오셨고 드디어 소년은 할아버지의 배에 올라 탔다.
에이고 그놈~
할아버지는 짧게 한마디 내뱉었지만 결코 싫은 것은 아닌듯 보였다.
할아버지~ 사진 한장 찍어도 될까요?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찍으슈~
감사합니다^^
꼬마야 넌 정말 운이 좋구나~
멋진 할아버지가 계셔서~
나는 소년에게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소리로 말해줬다.
소년의 기분은 이미 세상을 가진듯이 보였다.
할아버지는 손주녀석을 위해서 노를 젓고 또 젓고...
아....부럽다.
난 울 할아버지 얼굴도 보지못했는데....
그대신 너무 따스했던 아버지가 계셨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저 평화로운 모습.
무진정에서 바라 본 것이 어디 녹음뿐이랴?
소년아 넌 아직 모르지?
할아버지가 네게 준 이 선물같은 시간들이 너의 어린날들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건지.
건너쪽에서 소년의 엄마는 계속 폰으로 그녀가 사랑하는 두 남자의 뱃놀이를 담았다.
같은 곳을 향해서 보는 소년과 할아버지.
6월의 마지막주말 소년과 할아버지의 뱃놀이는 내게도 어린날들의 아름다운 기억을 들춰내기에 충분했다.
소년이 저 다리 아래를 지나가고 싶었나보다.
할아버지께서 낮아서 안된다고 설명하시는듯 보였다.
물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니 아이야?
아마도 네가 훗날 기억할 수 있는 꿈이 있을지도 모른단다.
뱃터리가 나갔다는 소년의 엄마는 두 남자의 뱃놀이를 더 담지 못한게 아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때요, 이미 두 남자의 가슴엔 오늘의 시간들이 그대로 각인되어 있을텐데요.
짧았던 뱃놀이었지만 마치 한여름날의 꿈인듯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꼬마야 네가 어른이 되어서 네 기억속의 수많은 뿌리들중
할아버지와의 시간들이 더욱 더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