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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간과된 ‘이재용의 바이오’… 엘리엇 ‘허 찌르기’

[단독]간과된 ‘이재용의 바이오’… 엘리엇 ‘허 찌르기’

기사승인 2015. 07.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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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신사업 창출 중심축 맡아
수익·성장성 높아 미래가치 쑥
2025년 매출 2조·이익 1조 목표
합병 타당성 알려 표심잡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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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로직스)가 가치 평가(Valuation)를 실시하려는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달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승인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이번 합병의 타당성을 양사 주주들에게 알리려는 시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바이오 사업이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신사업이라 기업 가치가 높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최근 국제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합병 반대 의견을 내면서 삼성물산의 3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를 중심으로 합병안 부결을 바라는 양사 주주들도 힘을 얻고 있다. 임시 주주총회 전까지 합병 찬성과 반대쪽 주주들 간 대립 양상이 극한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삼성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심을 보이는 미래먹거리 분야로 이번 합병 성사시 해당 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오로직스는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2011년 4월 출범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출범 후 처음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기자들과 증권사 관계자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2025년 매출 2조원과 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계열사를 앞세워 합병법인(통합 삼성물산)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면 통합 삼성물산은 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손자 회사로 둔다.

최근 전문기관에 의뢰해 바이오로직스의 가치 평가를 하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5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미래 성장성 가능성이 커 기업 가치가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바이오로직스는 가치 평가 방식 중 미래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method·DCF)이 적용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ISS가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 불리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주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만큼 합병 무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합병 찬성쪽 주주 지분은 삼성SDI를 비롯해 KCC·국민연금 등 30% 정도다. 반대쪽은 엘리엇과 일성신약·네덜란드연기금 등 10%가량으로 분석된다. 이달 임시 주주총회의 참석률이 70%라고 가정할 때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삼성은 3분의 2 수준(47%)의 찬성표를 확보해야한다.

따라서 바이오로직스의 가치 평가를 임시 주주총회 전에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가치 평가 결과를 공개해 주주들의 찬성 표심을 잡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가치 평가는 마무리까지 1~8주가 소요된다. 합병안이 가결돼도 엘리엇이 소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가치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로직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하는 만큼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통해 기업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해 주주들에게 공개하겠다는 판단이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ISS의 합병 반대 보고서는 바이오사업 가치 등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합병 무산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도 전문기관에 의뢰해 지난달 말부터 건설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영업가치 평가를 하고 있다. 영업가치 평가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는 것으로 기업 가치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분류된다.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결의 발표 직후 최고 20%까지 상승하는 등 ‘합병 프리미엄’에 따른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합병 무산시 불황에 빠진 건설업계 수준으로 주가가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무산되면 합병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에 면밀하게 기업 가치를 따져야 한다”며 “영업가치를 평가하는 배경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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