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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더 괴로워요…숨기고 싶은 ‘항문’ 질환

여름철 더 괴로워요…숨기고 싶은 ‘항문’ 질환

기사승인 2015. 07. 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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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로 흘리는 땀에 의한 습기…항문 질환 악화시켜
[민병원_이미지] 성종제 원장
성종제 민병원 대장항문센터 원장이 항문소양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제공=민병원
다른 사람한테 속 시원히 얘기할 수조차 없는 항문 질환. 항문 질환 환자들에게 여름은 고통의 계절이다. 더위로 흘리는 땀에 의한 습기가 항문 질환을 악화시키는 계절이기 때문. 여기에 덥다고 찬 음식을 너무 자주 섭취하거나 상한 음식물을 먹고 설사까지 하게 되면 항문 주변에 가해지는 자극은 더욱 커진다.

실제 외과전문 민병원이 2013년 한 해 동안 항문 질환으로 내원한 환자 2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40% 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돼 있었다. 특히 젊은 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부 자극에 약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은 여름철 항문 질환에 취약하다. 여름에 증세가 악화돼 중장년층이 조심해야 할 대표적 항문 질환인 항문소양증(가려움증)과 치루의 대처법을 알아봤다.

◇습관적으로 항문 가렵다면…‘항문소양증’ 가능성 높아
회사원 권 모 씨(42)는 오랜 고민 끝에 최근 진료실을 찾았다. 권 씨가 어렵게 털어놓은 증상은 항문이 참지 못할 정도로 가렵다는 것. 가려워 죽겠는데 대놓고 긁기도, 그렇다고 부위를 말하기도 민망하다고 했다. 이전에도 간혹 이러한 증상이 있었는데 물로 항문을 깨끗이 씻고 나면 금세 괜찮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가려움증이 일주일 이상 이어졌다. 심할 때는 사무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밤에도 편히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가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의 증상은 항문소양증. 최근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비가 내리면서 권 씨처럼 항문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성종제 민병원 대장항문센터 원장은 “항문소양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병하는데 특히 덥고 습한 여름에 항문 온도가 높아지고 땀이 많이 나면서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가려움증은 항문 주변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범위가 점차 확산될 수 있으며, 간혹 분비물이 속옷에 묻어나는 경우도 있다.

항문소양증의 가장 큰 원인은 직장항문 질환. 대변이나 분비물로 인해 피부가 자극을 받아 생기는 것이다. 치질·직장 탈출·대장염·종양 등 다양한 대장 항문 질환으로 인해 항문 주위로 분비물이 새면서 예민한 항문 피부에 소양증을 유발한다. 피부 질환인 건선·습진·진균증 등도 항문에 생기면 소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청결과 관련 있다. 항문을 제대로 씻지 않거나 변을 본 후 뒤처리가 깨끗하지 못하면 대변 속에 있는 세균·독소·단백질 대사산물이 피부에 자극을 줘 가렵게 만든다.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섭취했을 때도 소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커피·홍차·콜라·우유·맥주·토마토·감귤류 등이 대표적이다. 일시적인 항문 가려움증은 괜찮지만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만성가려움증으로 변하게 되므로 일주일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항문소양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치질 등 항문 질환을 우선 치료한다. 직장항문 질환이 없는데도 항문소양증이 있다면 무엇보다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항문 주위를 너무 깨끗이 하기 위해 심하게 문지르거나 자주 씻고 자극성의 알칼리성 비누를 사용하면 오히려 가려움증을 더 촉진시킬 수 있다. 또 비데를 세게 사용하면 항문을 보호하는 기름막이 손상돼 세균이나 곰팡이 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항문을 씻은 뒤 축축하지 않도록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없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한다. 땀이 찼을 때도 부드러운 휴지나 수건으로 엉덩이 부위의 땀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배변 후 마른 휴지로 문지르며 닦지 말고 물을 묻혀 부드럽게 항문 부위를 닦는다.

가려움증이 극심한 경우에는 찬물 좌욕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항문의 피부는 아기피부처럼 매우 민감해 가려워서 긁다 보면 금방 상한다. 항문이 가려울 때는 절대 긁지 말고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꽉 조이는 팬티보다 헐렁한 면 팬티 착용을 권한다.

◇항문 주변 붓고 고름 나온다면…‘치루’ 의심해야
여름에는 염증성 항문 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흔히 항문 질환을 통칭하는 치질은 치핵·치열·치루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치핵은 항문 주위의 혈관에 피가 고여 늘어나 항문 조직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치질 환자의 70%가량이 치핵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치열은 항문이 찢어지면서 피가 나는 것이고 치루는 항문 주위가 곪는 것을 말한다. 이 중 치루는 배변을 돕는 점액질을 분비하는 항문샘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특히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발병하거나 악화되기 쉽다.

항문 주변이 붓고 항문 내부에서 고름이나 냄새 나는 진물이 계속 분비돼 속옷에 묻어 나온다면 치루를 의심해봐야 한다. 곪았던 부분이 터져 고름이 배출되면 붓기가 사라지고 통증이 완화되지만, 세균이 증가하거나 면역력이 약해져 쉽게 재발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성 원장은 “치루 증상이 악화되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치료가 더 어려워지므로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심하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를 위해 염증의 원인이 되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치루 수술은 5∼10분 정도 걸리며 하루 정도 입원해야 한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치질을 부른다. 항문에 힘을 뺀 채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주위의 혈관에 피가 고이게 돼 치질 증상으로 발전한다. 용변은 3분 이내에 끝내도록 한다. 항문을 자극하는 맵고 짠 음식이나 탄산음료·술의 지나친 섭취를 자제한다. 더운 날씨에는 항문이 습해지기 쉬우므로 통풍이 잘 되는 면 소재의 속옷을 입는다. 꽉 조이는 바지를 피하는 것도 치질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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