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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턴기자의 눈] ‘불통’의 로스쿨 제도에 비친 서광(曙光) ‘변시 성적 공개’

[대학생 인턴기자의 눈] ‘불통’의 로스쿨 제도에 비친 서광(曙光) ‘변시 성적 공개’

기사승인 2015. 07. 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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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의 대학생 인턴기자
‘소통’은 2015년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현 정부에서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역설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불통’이라는 비판을 통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이 가치는 우리 사회의 세대·계층·지역 간의 갈등을 해결할 열쇠로 평가받는다.

소통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난 6월 25일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성적 공개를 금지한 변호사시험법 18조 1항 본문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그 동안 ‘불통’이었던 법조계와 기존의 로스쿨 체제에 비친 한 줄기 ‘소통의 빛’이라 할 수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소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기존 사법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 이후 더욱 많은 문제들이 등장했다. 우선 로스쿨 진학을 위한 요구 학력이 대졸 이상이라는 사실이나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 등은 법조계에 더욱 높은 진입장벽을 드리웠다. 이로 인해 ‘개천에서 용 나기’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법조계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변시 성적의 비공개는 로스쿨 학생의 법적 실력을 평가하기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우선 변시 성적이 없는 상황에서는 로스쿨 학점이 유일한 정량이기 때문에 로스쿨 교수에게 막강한 권력이 생겼다. 이로 인해 교수와 학생 간의 부조리한 권력관계가 형성됐다. 뿐만 아니라 학벌의 서열화가 심화돼 특정 대학의 카르텔이 더욱 공고해졌다. 모든 학생을 동일 선상에서 평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학벌이 중요한, 혹은 유일한 평가 지표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부산대 로스쿨 변시 150등이 서울대 로스쿨 출신 변시 1500등보다 법적 소양면에서 더 뛰어날 가능성이 높음에도 후자가 더 나은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 년 간 숱한 소송과 헌법소원청구가 있었으나 로스쿨 측이 모두 승소했다. ‘국회 입법권 존중’, ‘제도적 취지를 고려한 공익 우선’, ‘제도의 안착’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로스쿨 제도의 잘못된 점이 고쳐지고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사법부는 ‘권력자들의’ ‘입법 취지’라는 이유만으로 민의(民意)를 외면한 것이다. 이로 인해 불통이 심화됐다. 하지만 이번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헌재도 지속적인 국민의 부조리에 대한 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법부가 국민의 의사를 수용한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차원에서의 ‘소통’인 국민과 사법부, 나아가 국민과 국가 간의 소통이다.

해당 결정에서 청구인이 주장한 기본권 중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본권은 ‘알 권리’였다. 그러나 헌재는 알 권리뿐만 아니라 변시 성적 비공개로 인한 로스쿨 제도의 불통상황을 지적했다. 헌재는 결정이유에서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아니함으로써 법학전문대학원의 서열화를 더욱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가 법학전문대학원 서열화 내지 그 고착현상을 깨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이른바 명문대와 비명문대, 수도권대와 지방대라는 서열구조에 따라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평가하게 되고, 그러한 서열화는 더욱 고착화 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조용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에서는 모두 그 성적과 석차가 공개돼 선발과정과 시험 및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됐으나 로스쿨-변호사시험 체제에서는 평가기준의 객관성 및 채용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시험성적 비공개 방식에 따르면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측정할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기준이 없어 지원자의 학벌이나 집안, 배경, 인맥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성적 공개) 요구는 변호사시험성적을 통해 학벌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고자 하는 다수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절규(絶叫)”라고도 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로스쿨과 관련해 사법부가 국민과 최초로 ‘소통’했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나아가 헌재의 이번 결정을 통해 로스쿨과 일반 국민 간의, 그리고 로스쿨 내에서의 ‘불통’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헌재 결정을 통해 변호사 시험 성적이 공개됨으로써 그 동안 변시 성적 비공개로 인해 초래됐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변시 성적 공개만으로 로스쿨과 관련된 모든 문제, 특히 가장 큰 문제인 ‘사다리 걷어차기’가 완벽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완화하기 위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결정은 로스쿨 제도와 관련된 소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헌재 결정이 있은 후 법무부는 변시 석차는 공개하지 않고 성적만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상대평가 시스템에서 석차가 존재하지 않는 성적은 반쪽짜리 성적일 뿐이다. 이외에도 아직 로스쿨 제도와 관련한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소통’을 통해 로스쿨 제도가 국민들이 바라고 더욱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제도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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