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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고객 이탈 걱정없는 은행들…계좌이동제 ‘수비’전략만

[취재뒷담화]고객 이탈 걱정없는 은행들…계좌이동제 ‘수비’전략만

기사승인 2015. 08.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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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윤복음 기자
“계좌이동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가는 은행은 ‘제살깎아먹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큰 은행들은 서로 ‘수비’만 하는거죠. 문제는 계좌이동제가 된다고 해서 고객들이 많이 이동하진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계좌이동제를 두고 한 은행의 임원이 한 말입니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에 연동되던 자동이체도 한번에 이전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A은행을 주거래로 하던 고객이 B은행으로 거래 은행을 옮기면서 별도의 신청없이 보험료나 각종 공과금 등 자동이체가 바로 되는 것이죠. 이동통신사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번호이동’인 셈입니다.

은행들은 계좌이동제를 두고 태스크포스(TF) 등을 만들어 자사 고객 이탈을 막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상 궁여지책에 불과해 보입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계좌이동제 대책들은 금리·수수료 우대 등으로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수비’만 하자는 식의 대책인 셈입니다.

2013년부터 계좌이동제를 실시한 영국의 경우, 예금 잔액에 최고 3%의 금리를 제공하거나 계좌이동시 일시금으로 125유로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A은행의 고객이 B은행으로 옮기면 A은행의 계좌가 아예 폐지되는 시스템입니다. 이 때문에 한 명의 고객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계좌이동제에 대비하지 못한 대형은행들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A은행의 고객이 B은행으로 이동해도 A은행 계좌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탈이나 이동이 아닌, 새로 계좌를 트는 식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은행에서는 절실한 대책보다 ‘이동해도 별 거 없다’는 식의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은행들이 영국처럼 절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데에는 금융당국의 규제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은행 감독규정상 현금을 지급하거나 과도한 금리를 우대하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이번 계좌이동제를 두고 ‘225조원 머니 무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중소은행에게는 이 계좌이동제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점 없이 내놓고 있는 은행들의 계좌이동제 대비책을 두고 과연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주거래 은행을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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