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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흑자 지속…‘연간 교역 1조달러’ 달성 적신호

불황형 흑자 지속…‘연간 교역 1조달러’ 달성 적신호

기사승인 2015. 08.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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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되면서 ‘연간 교역 1조달러’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7월 수출액은 466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이 급감한 영향이다.

하지만 주력품목의 수출이 부진한 탓도 있었다. 13대 주력 수출품목 중 선박·철강·반도체의 수출액만 늘어나고, 나머지 10개 품목은 모두 줄어들었다.

7월 수입액은 388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줄었다. 저유가가 원자재 단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원유·석유제품·가스·석탄·철강 등이 감소하며 원자재 수입이 크게 줄었다.

수출금액에서 수입금액을 뺀 무역수지는 77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2012년 2월 이후 42개월째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인 9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늘어 발생하는 흑자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여서 우려를 낳고 있다.

보통은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국내에 달러가 많이 들어와 원화가치가 높아진다. 이 경우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은 타격을 받고 수입은 늘어나게 된다. 경상수지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아가며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수출이 다시 늘어난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이러한 과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황형 흑자는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으나 고착화될 경우 국내 경기 전반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수출업체와 수입업체가 타격을 입어 매출이 감소하면 설비투자 감소로 인한 기업의 대외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출과 수입이 위축될 요인들이 앞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유가가 지속되고 세계 교역 둔화, 엔화·유로화 약세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있어 하반기 교역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불황형 흑자로 인해 4년 연속 달성했던 ‘교역 1조달러’가 올해는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월까지 교역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어든 5765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고 수출단가 하락세에도 수출물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환율이 수출에 영향을 주려면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만큼 최근의 환율 상승이 당장 수출을 견인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로 국내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라며 “하반기 미약한 경기 회복으로 인해 의미 있는 교역량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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