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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압수수색 제한, 독일까 약일까?

디지털 압수수색 제한, 독일까 약일까?

기사승인 2015. 08. 0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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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檢, 선진화된 수사기법 개발해야"
디지털 압수수색을 엄격히 제한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검찰 내부에선 “현실을 모르는 지침”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절차와 증거능력에 관해 수사 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 있었다”며 “기존 이론 등에 따른 법리와 수사 현실과의 괴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연구하고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최근 검찰이 압수한 디지털 증거 중 영장 혐의 사실과 무관한 자료를 당사자 동의 없이 출력·복제하고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디지털 정보가 다른 범죄의 수사 단서로 위법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취지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도 “컴퓨터와 외장하드 등 저장매체 자체가 아닌 범죄 혐의와 관련된 파일 등 전자정보만을 압수 대상으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실무 지침을 내놨다.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을 주요한 수사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검찰로선 수사 관행에 일대변화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정치인의 비리 등을 담당하는 특수부 검사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지 말란 것이냐”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업 비리나 경제 범죄 수사의 경우 회사 서버를 압수수색하면 저장매체의 용량이 워낙 방대해 현장에서 필요한 증거만 추려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피압수자의 동의를 구해 모든 자료를 검찰로 갖고 오더라도 분석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기업 비리 수사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게 검찰 내부의 목소리다.

압수수색을 할 때 피압수자나 변호인을 대동해야 한다는 규정도 논란을 낳고 있다. 변호사나 피의자가 이를 악용해 입회 시점을 늦출 경우 효율적인 압수수색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기업 총수의 횡령 사건이나 정치인 뇌물 사건 등은 수사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범죄단서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컴퓨터 한 대에만도 수십만 개의 파일이 들어있는데 일일이 영장을 새로 발부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검찰의 압수수색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장치가 될 거란 상반된 관측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에 관한 적법성이 굉장히 엄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권보장과 사생활의 비밀 보호”라며 “수사의 편의성만 추구하게 된다면 인권은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 정보 압수수색 제한이 검찰 수사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검찰의 수사 기법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과거처럼 하드디스크 통째로 가져가서 필요한 정보를 뽑겠다는 발상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아서 수사에 쓸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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