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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정국 긴장’…총리 퇴진 요구 대규모 집회

‘말레이 정국 긴장’…총리 퇴진 요구 대규모 집회

기사승인 2015. 08. 3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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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나집 라작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둘러싼 정국 긴장이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8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베르시 2.0’은 주말인 29∼30일 수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광장 주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나집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집회 첫날 참가자를 약 20만 명으로 추정했지만, 경찰은 2만9000여 명으로 추산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30일에는 수천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공명선거와 공익정치 운동을 벌이는 이 단체의 상징인 노란 티셔츠를 입고 노란 머리띠를 두른 시민들은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을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여권의 막후 실세로 나집 총리의 퇴진을 앞장서서 주장하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가 29일 오후 집회 장소에 나타나 나집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독려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애초 집회 장소로 예정된 메르데카광장과 그 주변 도로에 경찰을 배치, 차단에 나섰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2013년 총선을 앞두고 나집 총리의 계좌에 26억 링깃(7300여억 원)이 입금된 사실이 지난 7월 초 알려진 이후 이 같은 대규모 ‘반 나집’ 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나집 총리는 “시위 참가자들이 애국심이 없다”며 “국가 화합을 방해하고 말레이시아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시위 주도자에 대한 사법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권당인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는 오는 10월 10일 100만 명이 참가하는 나집 총리 지지 집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은 검찰과 중앙은행, 반부패위원회 등이 국영투자기업 1MDB의 부실과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MDB와 관련된 중동 국부펀드를 통해 나집 총리 계좌에 뭉칫돈이 입금된 정황을 포착하면서 불거졌다.

반부패위원회가 8월 초 이 돈을 비자금이 아닌 기부금이라고 발표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됐다.

나집 총리는 “개인 용도로 어떤 자금도 받지 않았다”며 비자금 의혹 제기를 정치적 음모로 보고 총리직 고수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인민정의당(PKR) 등 야권은 2013년 총선 당시 나집 총리의 선거법 위반과 선거 결과 무효를 주장하며 지난 12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집권당의 한 대의원이 지난 28일 나집 총리가 ‘기부금’을 당에 반납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등 여권 내 분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

최근 링깃화 가치가 17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하고 경기 또한 가라앉아 경제 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국 불안이 가중되면서 나집 총리가 2009년 4월 취임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은 것이다.

현재로선 나집 총리의 당내 기반을 고려할 때 자진 사퇴 가능성이 작지만, 반대세력과의 대립이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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