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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대법원·하급심 엇갈린 판결 논란

‘양심적 병역거부’…대법원·하급심 엇갈린 판결 논란

기사승인 2015. 08. 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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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혼란 가중"vs "소신 있는 판결"

양심적 병역거부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종교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병역법상 처벌조항의 위헌성을 심리 중인 가운데 최근 하급심에서 잇달아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다.

이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한 헌재의 입장과는 물론, 이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해온 대법원의 입장과도 완전히 상반된다.

앞서 이달 초 광주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은 각각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방의 의무 준수를 위해 양심 혹은 종교의 자유 제한을 정당화하는 기존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하급심이 기존 대법원 판례나 헌재 결정과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병역법 88조(입영의 기피 등)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역 면제를 위한 최소한의 실형인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왔다. 대법원은 최근에도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안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하급 법원의 무죄 판결을 두고 “국민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의견과 “소신 있는 판결”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상임대표인 서석구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유죄’라고 대법원 판결이 난 이상 하급심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최근 젊은 법관들이 진보적인 판결을 빈번히 내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가 잇따르면서 병역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북한이 대치하는 특수한 안보 현실을 고려한다면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죄 판결은 병역거부자의 99%를 차지하는 여호와의 증인교 신도들에 대한 혜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비록 소수라도 입영을 거부하는 이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예외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국민개병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반면 기존 판례를 바꿀 수 있는 소신 판결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하급심의 판결 하나하나가 쌓여서 공론화되면 법률 문화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과거 간통제 위헌 과정에서 봤듯 하급심에서 계속 무죄 판결이 나면 언젠가는 대법원 판례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된 사람만 지금까지 1만6000명을 넘어섰고 매년 600명 이상이 징역형을 받고 복역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측은 “병역을 면제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복무할 권리를 인정해달라”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은 국가에 어떤 실익도 없다는 점에서 이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방법보단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은 17·18대 국회에서 모두 제출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으며 19대 국회에서도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이런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세 번째 위헌심판대에 올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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