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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산업계 공존을 위한 ‘구조조정’ 공론화

[취재뒷담화]산업계 공존을 위한 ‘구조조정’ 공론화

기사승인 2015. 10.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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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시달리는 조선·해양산업 등은 특정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관계부처간 협의체를 만들어 전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산업 전반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답변입니다. 범정부 차원의 산업계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전날에도 정부가 철강산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돌았습니다. 정부는 공식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직 현실적인 방안은 마련 되지 않았지만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과 이로 인한 경쟁 심화로 우리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산업군은 조선업입니다. 지난해부터 지난 2분기까지 조선 빅3는 모두 사상 최악의 적자를 봤습니다. 해양플랜트 시장이 침체되면서 조선 빅3는 경쟁적으로 저가 수주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가 수조원 규모의 적자로 나타난 것입니다.

철강업계도 중국이 넘쳐나는 철강제품을 해외에 저가로 팔아치우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수출하는 철강은 자급하고 남은 10%에 불과하지만 그 10%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총 생산량을 넘어서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석유화학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돼 수요가 정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공장 신증설이 잇따르면서 자급률까지 급상승 하고 있습니다. 역내 수요가 정체되는 와중에 국내 기업들의 지속적인 설비 증설로 시장경쟁 과열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산업계에선 공급과잉 사태를 현명히 넘기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 합리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가 주도적이든 산업계 자발적이든 위기를 넘기기 위한 공동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 입니다.

철강업계에서는 지난 달 포스코를 제외한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근을 생산하는 6개 철강회사 임원들이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화학과를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포스코의 베트남 자회사 철근·형강 제품 수입을 정부가 막아달라고 요청 했습니다.

수입 철강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포스코는 부진한 베트남 자회사의 철근을 수입키로 결정 했습니다. 업계는 포스코의 이번 결정이 국내 철근시장 전체를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들여오는 값싼 베트남산 철근이 국내 전체 철근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고부가가치 자동차강판을 만드는 대기업이 이젠 중견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철근시장까지 진출해 고사 시키려 한다는 지적입니다. 철강업계가 나서서 생존을 위한 구조 합리화를 정부에 요청한 셈입니다.

석유화학시장은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최근 허수영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은 공급과잉 상태의 테레프탈산(PTA) 수급 조절을 위해 국내 4개 업체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공정거래법상 고려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현 상황을 공론화 했다는 데 의미가 깊습니다.

일본의 경우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기울게 되면 자율적으로 업체들이 생산성을 줄이더라도 공생을 위해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자율적인 조치들이 일어나는 게 사실입니다. 일본 정부도 과거 정유업계의 고도화 비율을 높이는 합리화 정책을 펼쳐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례가 있습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 산업계의 성숙한 모습이 요구됩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업이 자신만 살자고 국내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려 버린다면 결국 또다른 글로벌 위기에 외로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산업계의 자발적인 수급 조절이든,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통합 작업이든 공존을 위한 논의가 산업계 전반에 번져, 국민들과 정부, 정치권에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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