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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가 전하는 ‘황혼재혼’ 가이드

결혼정보회사가 전하는 ‘황혼재혼’ 가이드

기사승인 2015. 10. 2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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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재혼 희망자, 건강과 경제적 자립 조건 중요하게 생각해
커버 서브2 2-2 메인_황혼 재혼 가이드
과거에는 주로 경로당에 모여 만남의 기회를 가졌지만 요즘은 복지관에서 연애하는 중장년층이 많다. 복지관에서 탄생한 커플들을 복지관 커플, 줄여서 ‘BC’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복지관뿐 아니라 동호회·문화센터 등에서도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는 추세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고 어떻게 재혼해야 할지 잘 모르는 이들은 결혼정보회사를 찾는다. 최근엔 재혼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하거나 재혼 고객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결혼정보업체도 점점 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가 말하는 요즘 황혼재혼 풍속도
여성은 40대 후반~50대, 남성의 경우 50대와 60대 초반의 ‘돌싱’(이혼해 다시 독신이 된 ‘돌아온 싱글’의 준말)들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성혼율이 높고 재혼 결정도 빠른 편이다. 재혼 대상자가 많다 보니 선택의 폭이 넓고, 결국 호감도 높은 만남으로 이어져 성혼도 그만큼 쉽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재혼전문 회사 온리유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초반의 남성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절정기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감 있고 안목도 높다. 그래서 재혼에 대한 결정이 빠르고 과단성도 있는 게 일반적이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여성의 경우 재혼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다가 60세가 가까워오거나 60세를 넘겨 재혼 상대를 찾기 위해 재혼 전문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6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시기를 홀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현실화되기 때문인데 이 연령대에선 대개 남성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므로 재혼이 힘들어진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초혼보다 재혼의 경우 결혼정보회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배우자를 찾는 데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황혼재혼 희망자들이 과거엔 쉬쉬하며 드러내기 꺼려했지만 요즘은 황혼재혼에 대한 의지를 오픈하고 황혼재혼 시 원하는 조건을 당당하게 요구한다. 과거보다 여성의 경제력과 자존감이 높아진 것도 재혼 고객이 늘어나는 데 한몫 했다.

황혼재혼하려는 이들 대부분은 현실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남은 인생의 행복을 위한 결혼을 추구하려 한다. 자녀 교육 및 결혼 문제가 해결됐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자리를 잡았거나 지나친 욕심에서 해방된 상태이므로 희망하는 배우자상으로 ‘개인이 바로 서 있는가’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르매리에 따르면 초혼과 일반적인 재혼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인 면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은 여성의 외모나 내조 능력 등을 배우자상 기준으로 높게 생각했다면, 황혼재혼에선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자 하는 경향이 약하다. 남성도 여성의 외모나 내조 능력을 보기보다는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여성을 선호한다는 게 황혼재혼의 특징이다.

특히 다른 어떤 조건들보다 건강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건강한 육체와 세계관을 지닌 두 남녀가 만나 즐겁고 행복한 노년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것이 요즘 황혼재혼 추세다.

◇결혼정보회사 황혼재혼 중매 이야기
많은 결혼정보업체들이 중매 대상자를 찾기 위해 스펙 같은 일련의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재혼 특히 황혼재혼은 초·재혼 희망자들에 비해 더 깊은 아픔이 있는 경우가 많아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상담이 진행돼야 한다.

커플매니저들이 재혼 희망자 고객의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이 결혼정보회사의 중요한 노하우다. 초기 상담 시, 고객들이 원하는 배우자상에 걸맞은 상대를 찾기 위해 고객의 성향과 특징을 정확히 간파하는 것이 중요한 성혼 포인트라는 것.

서명화 르매리 전무는 “황혼재혼하려는 고객들이 재혼을 희망하지만 절대 섣부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전무에게 상담을 요청했던 한 고객은 “낯선 사람과 만나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들이 너무 헛된 것 같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누구를 믿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서 전무는 “대부분 황혼재혼은 시간과 마인드에 묶여 있고 인생을 오래 살아온 만큼 개인의 가치관과 고정관념 때문에 상담이 쉽지 않다”며 “이들 고객의 편향된 세계관을 누그러뜨리는 것부터가 황혼재혼 커플매니저들의 과제”라고 했다.

일례로 직업이 외교관인 60대 초반의 남성은 “나는 5%의 희망만 갖고 르매리를 찾았다”면서 커플매니저에게 재혼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매니저는 “나머지 95%의 기적을 믿으라”면서 이 남성에게 재혼을 위한 조언을 끊임없이 해줬고, 결국 한 여성과의 교제와 황혼재혼에 성공했다.

이 남성 고객은 첫 상담 때 자신의 신분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여는 데 꽤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세 번의 방문 상담 끝에 르매리 고객으로 가입하게 됐고, 해외에 거주해야만 하는 외교관이라는 직업 특성에 잘 맞는 4살 차이의 서양화 화가 여성과의 결혼에 골인했다.

40세에 아내와 사별한 65세 남성 듀오 회원은 자녀와 며느리의 적극적인 권유에 못 이겨 황혼재혼을 결심하게 됐다. 홀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건강히 자라 각자의 가정을 갖게 된 자녀들이 아버지를 위해 먼저 나선 것이었다.

아버지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찾아드리기 위해 황혼재혼을 생각했고 듀오 가입 후 3번의 만남 끝에 58세 여성을 소개 받았다. 여성 회원 역시 며느리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가입하게 된 경우였다. 여성 회원의 며느리는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자식 키우느라 고생한 시어머니가 노년에는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아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단다.

순수한 동기로 시어머님의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지원해 준 것. 이렇게 적극적인 가족의 후원과 지원으로 남성 회원과 여성 회원은 만나게 됐고 양가 자녀의 축복 속에 결혼하게 됐다. 두 회원은 오랜 시간 자녀만을 위해 살다가 노후에 내심 쓸쓸하고 외로웠는데, 자녀들에게 건강한 제2의 인생을 선물받았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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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전문 회사 온리유에서 만나 최근 황혼재혼한 강일용(58)씨와 김두순(51)씨. 상대방의 매력 포인트에 대해 국악 무형문화재(국악 가수)이자 강사인 김씨는 강씨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에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철거전문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강씨는 김씨가 자신의 CEO로서의 생활을 잘 이해해줘 고마웠을 뿐만 아니라 국악의 대가라는 점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제공=온리유

◇황혼재혼, 이런 사람 만나야 실패 안 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재혼은 초혼보다 더욱 신중히 결정해야 하므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도 더 부담스럽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재혼전문 회사 온리유는 황혼재혼 희망자가 배우자를 만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을 제시했다.
[남녀 공통]
●가급적 손이 많이 가는 자녀가 없어야 한다.
●건강해야 한다.
●자립할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한다.
[남성]
●빚이 없어야 한다.
●꽃뱀에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분수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여성은 피해야 한다.
●씀씀이가 큰 여성은 피한다.
●재혼의 목적이 순수해야 한다.
[여성]
●연금 등 노후 보장이 돼야 한다.
●최대한 오래 경제활동을 하는 편이 좋다.
●건전한 생활습성을 지녀야 한다.
●재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듀오] 실버미팅파티
듀오 실버미팅 파티에서 한 장년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꽃을 건네고 있다./ 제공=듀오
◇성공적인 황혼재혼을 위한 조언
삶의 동반자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황혼재혼에 임한다. 재혼 자체에 큰 목적을 두고 접근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으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좋은 친구와 교제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편하고 유연한 분위기에서 상대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신랑감·신붓감이라는 개념보다는 삶의 동반자를 찾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김수정 듀오 회원관리 팀장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 좋다”며 “젊은 세대처럼 함께 갈 만한 다양한 행사공간이나 장소가 많지 않다. 그러므로 교제 시에는 문화 활동 및 등산 등 건강을 위한 공동의 취미활동이나 관심사를 개발하는 게 거리감을 좁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혼재혼의 경우 형식적인 결혼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외로움의 폭이 깊고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므로 예물예단 등의 결혼에 얽힌 과정들을 많이 생략하는 편이다. 취미나 세계관이 맞아 교제가 시작된다면 재혼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건강 상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므로 건강한 신체를 갖추도록 한다. 굳이 ‘병수발을 자처하지 않겠다’는 게 황혼재혼 희망자들의 보편적인 관념이다.

또 하나의 민감한 사안은 경제적인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통장상견례를 하는 것도 좋다’는 것이 커플매니저들의 의견이다. 통장상견례란, 남녀 각자의 경제력을 투명하게 하자는 목적에서 결혼을 앞두고 진행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에서 평등해진다면 더욱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다고 커플매니저들은 조언한다.

서 전무는 “무엇보다 죽음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많은 황혼기의 고객들인 만큼 ‘진정한 행복을 찾을 것’을 권한다”며 “실제로 낮은 연령대의 재혼 희망자들에 비해 황혼재혼 희망자들이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매니저를 찾는다”고 전했다.

손동규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재혼전문 회사 온리유 대표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손 대표는 “초혼일 때는 배우자에게 성격이나 가치관·생활습성상 이질적인 요인이 있더라도 살아가면서 적응해 나갈 여지가 있다. 그러나 황혼재혼의 경우 이미 고착된 상태이기 때문에 고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성격이나 코드 등이 잘 맞는 상대를 고르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떤 이유로든 전 배우자와의 비교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교제를 지속하거나 재혼 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도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재산 문제가 거론되면 자녀 쪽에서 강력하게 재혼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황혼재혼 과정에서는 이러한 부분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단, 서로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 가벼운 만남 단계에서는 자녀에게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자녀가 반대할 경우 결혼은커녕, 연애 시작부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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